반도체장비업계 외국업체와 판매제휴 러시

「뭉쳐야 산다.」

내수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이 국내외 업체들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나섰다.

장비업체는 그동안 독자적으로 해외 진출을 꾀해왔으나 시장 장벽이 높은데다 실익도 적어 다른 업체와의 협력으로 진출 전략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외국업체에 비해 자금력과 브랜드 지명도가 떨어지는 국내업체들로서는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협력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해외업체와의 협력=에이티엘(대표 김한기)은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시장 진출을 위해 최근 일본의 에스이에스와 해외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개발한 300㎜ 웨이퍼용 산화막건식식각장비(oxide dry etcher)와 기상화학증착(HDPCVD) 장비를 해외에 공급하려 하나 브랜드 지명도가 낮자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웨트스테이션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한 일본 에스이에스의 판매망을 빌기로 한 것. 에이티엘은 이번 제휴로 직접판매에 대한 부담을 덜어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으며 에스이에스는 부가가치가 높은 신규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화인반도체기술(대표 장명식)과 케이씨텍(대표 고석태)은 지난해 말 일본 동경일렉트론, 미국 램리서치, 싱가포르 헤르메스에피텍 등과 공동으로 싱가포르에 설립한 합작법인인 「알레그로매뉴팩처링PTE」를 올해부터 해외시장 개척의 거점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양이엔지(김형육)는 대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 장비업체와 제휴를 모색중이다.

◇ 국내 동종업체와의 공동 보조=반도체 테스트장비업체인 인터스타테크놀로지(대표 신명순), 스텝시스템(대표 이국상), 호산전자(대표 김수학)는 최근 대만에 공동 지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세 회사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대만시장 진출을 모색해왔으나 테스스장비가 워낙 마진이 낮은 후공정장비인데다 공급량도 적고 외국 장비업체와 경쟁하는 데 힘이 부치자 같은 입장인 국내업체와 협력하기로 했다. 3사는 상반기중 현지 판매대행사 역할을 맡을 사무소를 개설하고 하반기에 현지법인으로 조직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성과가 좋을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공동 지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 배경과 과제=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은 초기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가 외국기업에 비해 절대 열세인데다 현지 국가의 자국기업 육성방침으로 인해 현지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중국·대만·말레이시아 등지로 진출한 국내 반도체장비업체 대부분은 브랜드 파워에 밀려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하거 있다. 올들어 이렇다할 수주실적을 올린 국내업체는 대만업체에 각각 300㎜용 저압화학증착(LPCVD)장비와 오토스캐닝장비를 공급하로 한 주성엔지니어링과 태양테크가 고작이다.

어렵게 수주했다 해도 헐값에 공급해야 해 실익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싼값에 샘플을 제공하고 수년 동안의 현지 테스트를 통해 검증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크고 솔직히 성공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지명도 있는 다른 업종의 외국기업과 기술과 판매 분야에서 제휴하거나 국내 동종업체와 마케팅 분야에서 공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외국업체와 제휴하려면 특정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하며, 국내업체와의 협력에는 신뢰관계 형성이 필수요소』라고 지적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