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 김홍규 사장

한때 대기업 사원이 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으로 고민하기도 했다는 한국AMP의 김홍규 사장은 평생을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보냈다.

김 사장이 처음 외국계 반도체 조립회사인 시그네틱스에 입사하던 73년만 해도 현대맨·삼성맨이라는 것만으로 어깨를 으쓱해 하던 시절. 게다가 외국계 회사는 국부유출의 「빨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김 사장은 국내 업체의 러브콜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그때마다 외국계 기업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내 업체들이 소홀히 여겼던 품질 관리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기 때문. 93년 당시 국내업체들이 ISO 9000 인증 등 품질관리에 눈을 뜨기 시작할 때, 김 사장은 이미 품질관리 전문가가 돼 있었다.

시그네틱스 모회사인 필립스의 오랜 품질관리 전통을 체험적으로 익힌 김 사장은 이때 쌍용·한국타이어·삼성반도체 등의 품질경영 컨설턴트 역할을 했다. 그는 이때가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97년 한국AMP 사장으로 임명됐고, 99년 AMP가 타이코에 인수된 이후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AMP의 경쟁력을 확보, 국내시장에서 1, 2위를 달리는 업체로 키워낸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조직을 슬림화하고 본사의 앞선 기술 및 합리적인 시스템을 활용, 매년 20% 이상 성장을 유지해 최고 커넥터 업체의 위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타이코의 경영방침에 따라 김 사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기업인수합병(M&A)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수주다.

김 사장은 『커넥터 업체를 비롯한 국내 부품업체들은 우수한 생산인력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본사도 이 점을 높이 평가, 한국업체로부터 1억달러 이상을 OEM방식으로 구매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김 사장은 국내 업계의 커넥터 관련 기술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AMP 진출을 통해 국내 커넥터 업계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었다』며 『앞선 기술과 합리적 경영기법을 보유한 AMP는 엄연히 한국 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