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뉴 이코노미 제2막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곽수일 교수 skwak@plaza.snu.ac.kr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 경제도 뉴 이코노미(new economy)의 현상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뉴 이코노미의 제1막이 드디어 우리 주위에 다가와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올드 이코노미(old economy)에서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고, 가격이 내리면 공급에 줄게 되어 있다. 그러나 뉴 이코노미에서는 가격이 내려도 공급이 늘어나고, 심지어 가격이 제로가 되었는데도 계속 공급이 늘어나는 재화가 많이 있다. 구체적인 예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라든지 정보검색 사이트 등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비록 가격이 무료는 아니더라도 원가 이하로 팔면서 고객을 유치하는 방법도 흔히 쓰인다.

뉴 이코노미에서 볼 수 있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인터넷상에서 거래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거래가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거래하기보다는 한번도 만져보지 않고 진행된다는 것이다. 특히 부가가치의 창출이 과거에는 기계와 노동력으로 재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루어졌다면, 뉴 이코노미에서는 인터넷을 통하여 아웃소싱도 하고,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고, 신용카드번호로 대금을 지불함으로써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없어진 것이다. 이를 가리켜 뉴 이코노미에서는 「만질 수 있으면 진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그밖에도 뉴 이코노미의 제1막에서는 가치의 창출이 희소성에서 만들어지기보다는 풍부하고 풍요함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네트워크 경제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많은 회원과 조직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다른 어느 것보다도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뉴 이코노미의 제1막에서 가장 두드러진 형상은 세계가 하나의 지붕 밑으로 엮어지면서 거리의 개념이 소멸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를 가리켜 「지리(地理)는 소멸되었다」고 일컫고 있다.

이와 같이 뉴 이코노미 제1막의 내용은 무료를 지향하고, 풍요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며, 만질 수 없는 것이 점차 진정한 것으로 등장하고, 세계가 한 지붕 밑에서 지리가 소멸되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그러나 이제는 뉴 이코노미의 제1막이 끝나고 제2막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제1막에서 주역을 담당하였던 인터넷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한 예로 뉴 이코노미에서 명성을 휘날렸던 이토이즈(EToys)가 파산을 신청하고, 가장 급성장하던 인터넷 슈퍼마켓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에서 이제 뉴 이코노미의 제1막은 끝나가고 제2막이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뉴 이코노미의 제2막에서는 제1막의 내용 중 일부가 크게 수정될 것이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는 무료를 쫓으며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은 어느 사이엔지 수익모델이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즉 제2막에서는 무료나 원가 이하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확대하는 단계에서 이제는 수익성을 확보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는 명제로 바뀌면서 수익성 확보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내용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수익성보다는 사업을 이루어보려는 노력이 주축을 이루었다면 이제 제2막에서는 사업모델에서 수익성이 먼저 추구되고 강조되는 모델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뉴 이코노미의 제1막에서는 기존 사업을 디지털화하고 인터넷사업으로 바꾸는 노력이 진행되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사업을 디지털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올드 이코노미의 산물을 새롭게 포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는 뉴 이코노미의 제1막에서는 새로운 사업 같이 보이고 비즈니스 모델로 등장할 수 있었지만 제2막에서는 기존 사업모델의 한계로 인하여 자연히 소멸될 것이다.

세번째로 뉴 이코노미의 제1막에서 강조되었던 무형이나 만질 수 없는 것이 진정한 것이라는 개념을 다시 만질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한 예로 이제까지 인터넷상의 온라인 사업만 주력하던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기업과 제휴하면서 만질 수 없는 것과 만질 수 있는 것을 결합시키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한 예로 요사이 미국의 아마존이 세계 최대의 소매연쇄점인 월마트와 제휴하는 사업모델을 발표하자 아마존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에서 뉴 이코노미의 제1막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이제 제2막이 올라가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과연 뉴 이코노미의 제2막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모두가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