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을 맞아 벤처캐피털업계에 대대적인 경영진 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불어닥친 벤처 구조조정과 코스닥 침체에 따른 투자회수(exit) 부진 등 위축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새로운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영입하거나 승진인사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기술투자 투자팀장 출신인 이강덕씨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 업계에 화제를 모았던 동원창투는 최근 이 사장이 사임함에 따라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후임으로 동원증권 김주원 이사를 새 이사로 선임했다. 동원은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김 이사를 정식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무한기술투자 주총에서 경영권 장악에 실패한 웰컴기술금융은 같은날 주총을 열어 채운섭 사장 후임으로 김동준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지난 97년 「세일M&A컨설팅」을 설립, 98년 흥농종묘를 미국 세미니스에 매각시키는 데 기여한 M&A 전문가로 99년부터 지난해 웰컴기술에 합병된 이캐피탈의 전무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채운섭 전 사장의 거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보통신 전문 벤처캐피털인 한국IT벤처는 지난 15일 주총 겸 이사회를 열어 안재홍 대표이사 전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한편 이번주께 후속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KTB에서 20년 가까이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약해온 안 사장은 연병선 전 사장(현 연&벤처투자 사장)과 함께 한국IT벤처 창립 멤버로 일해오다 지난해 연 사장이 물러나면서 대표이사 전무를 맡아왔다.
이에 앞서 인터베스트도 최근 벤처투자부문을 전담해왔던 정성인 부사장을 기존 이태용 사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단계 승진시켰으며 기보캐피탈도 지난달 22일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였던 김수항씨를 역시 기술신보 출신인 이진철 사장 후임으로 임명했다.
또 한국기술투자(KTIC)는 최근 서갑수 사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올라가고 방한정 부사장 등 2명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한편 소사장제를 도입, 민봉식·박동원 두 이사를 소사장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지오창투와 합병한 IMM창투도 이근승 사장과 IMM투자자문 김지훈 사장이 자리를 맞바꿔 기존 지오창투 사장 출신의 정기성씨와 새로운 공동 대표 체제를 확립했다.
이밖에 지난해부터 김승재 사장 단일체제로 운영되어온 밀레니엄벤처투자도 초기에 상무였던 이천림씨를 지난해 공동 대표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가 최근에는 이사장 단일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전환하는 등 벤처캐피털업계의 경영진 교체 또는 승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계절적으로 주총과 맞물린 탓도 있지만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투명 등으로 벤처캐피털시장 자체가 몹시 위축돼 부진한 실적에 대한 문책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경영진을 바꾸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