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우수 외국인 과학자 유치 정책에도 오히려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외국인 과학자가 해마다 큰 폭으로 줄고 있다.
18일 각 정부 출연연 및 관련기관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대덕연구단지 내 17개 정부출연연구기관 가운데 외국인 과학자(외국 국적 한국인 포함)가 근무하고 있는 기관은 생명공학연구원과 화학연구원 등 8개 기관으로 모두 37명의 외국인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는 지난 99년 10개 기관 60명과 2000년 9개 기관 46명에 비해 각각 23명과 9명이 감소한 것으로 정부의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방침과 달리 해마다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별로는 기계연구원이 99년 13명에서 올해 2명으로 11명이나 줄었으며 화학연구원은 11명에서 8명으로, 표준과학연구원은 6명에서 3명, 항공우주연구원은 9명에서 5명으로 감소했다.
또 지질자원연구원과 인삼연초연구원, 천문연구원은 99년 당시 각각 1명, 5명, 2명의 외국인들이 연구원으로 일했으나 올해는 이들 외국인이 모두 연구원을 떠났으며 기초과학지원연구원만 당시 1명에서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정부의 정보통신산업 및 생명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생명공학연구원은 99년 11명에서 지난해 15명, 올해 12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전자통신연구원은 1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정부출연연의 외국인 과학자 감소세와 달리 민간연구기관과 정부투자기관, 고등교육기관 등도 예년과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민간연구기관의 경우 모두 29개 기관 가운데 5개 기관에서 7명의 외국인 과학자들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 99년과 대비해 변동이 없었으며 특히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유치과학자가 18명에서 37명으로 19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출연연들의 외국인 연구인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연구소마다 긴축경영을 추진한데다 지난해 이후에는 정부가 출연연에 대해 강력한 경영혁신을 주문하면서 기관마다 연구분위기가 침체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이 같은 연구분위기 침체로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과학자의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유치과학자들도 국내 연구환경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담당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모 연구원에서는 체류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과학자에 대해 근무연장을 원했지만 이 연구원은 한국의 연구풍토에 매력을 못 느낀다며 끝내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까지 일본의 연구소에서 일하다 한국에 유치과학자로 온 모 연구원도 최근 연구여건이 맞지 않다며 다시 일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모든 외국인 과학자들이 유치과학자로 보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외국인 과학자들이 연구소를 떠난 것은 과기정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요즘 다시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우수 외국인 과학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이언스 카드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부의 과감한 정책의지가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