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그룹 계열사들은 현재 10곳중 1개꼴로 전사적인 차원의 e비즈니스 전략을 수립, 추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e비즈니스를 진행중인 30대그룹 계열사들은 그동안 e마켓 구축·참여에 가장 큰 비중을 둔 반면, 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 구축을 통한 체질개선 노력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전자상거래연구조합(이사장 김홍기)은 지난해 30대그룹의 e비즈니스 추진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대정유·에스오일·아남반도체·진로·영풍 등 5개그룹을 제외한 25곳이 그룹차원의 e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30대그룹 498개 계열사 가운데 10.2%에 달하는 51개 기업이 e비즈니스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 = 30대그룹의 e비즈니스 추진방향은 그동안 e마켓 구축·참여에 우선적인 비중을 두었던 게 사실이다. 참여기업수로는 36개, 독자 내지는 공동 구축한 e마켓만 해도 총 50개에 달한다. 이는 현재 서비스중인 e마켓이 150여개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B2B e마켓시장에서 대기업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감지하게 한다. 반면 인터넷 구매·판매 등 자사 중심의 SCM전략을 추진중인 곳은 18개, 마케팅역량 극대화를 위한 CRM 전략은 10개 기업에 각각 그쳐 기업경영의 전반적인 개선노력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룹별 특징 = e비즈니스는 역시 자금력과 안정된 오프라인 기반을 바탕으로 그룹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기업구조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통해 미리 여건을 준비한 곳들은 그룹차원에서 전방위 전략을 추진중인 것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그룹은 삼성이다. 삼성은 삼성전기·삼성SDS·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코닝·유니텔 등 계열사 독자적인 e비즈니스는 물론 그룹차원에서도 강력한 힘을 모으고 있다. 인터넷 벤처 지주사인 e삼성이 견인차다. e삼성을 필두로 해외인터넷 총괄 지주사인 e삼성인터내셔널, 금융포털인 가치네트, 웹에이전시 전문업체인 오픈타이드, 그룹 MRO 전담사인 아이마켓코리아 등 분야별 핵심 전문업체들을 대거 포진시켜 놓고 있다. SK그룹도 눈여겨 볼 만하다.
최근 최태원 회장 직속으로 SKC&C를 지주회사로 재편한 SK는 SK(주)·SK텔레콤·SK글로벌 삼각체제를 축으로 계열사간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 화학과 이동통신, 마케팅 등 핵심 테마를 e비즈니스로 묶어 차세대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시도다. 최근 조용히 후계구도를 가시화하고 있는 롯데도 e비즈니스 전략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다. 신동빈 부회장은 롯데정보통신·롯데로지스틱스·롯데닷컴·모비도미 등 젊은 계열사를 직접 챙기면서 유통을 근간으로 한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에 큰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SK·롯데 등 구조조정의 칼날을 비교적 비껴간 그룹을 제외하면 나머지 그룹은 계열사 중심의 e비즈니스에 급급한 실정이다.
◇과제 = 탄탄한 오프라인 사업기반과 자본력이 강점이긴 하지만 30대그룹도 여전히 공통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숙제는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점이다. 연구조합 송태의 이사는 『e비즈니스는 기존 업무절차와 조직, 설비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해 적지 않은 투자가 필수적』이라면서 『국내 환경에서 적합한 투자규모와 이에 따른 한국형 e비즈니스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론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취약한 점도 문제다. SCM이나 CRM, e마켓 등은 e비즈니스의 전략일뿐 업종 및 기업 특성에 따라 기업현장에 차별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전경련 김보수 팀장은 『우선 자사의 핵심역량과 e비즈니스 추진분야를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조합은 이밖에 B2B 참여기업들간 이해관계 조정,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고질적인 종속관계 해소, 정부·공공부문의 선도적 기능 등을 향후 보완과제로 들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