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비디오콘솔게임은 한마디로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소니 등 일본 유명 비디오게임업체들이 기술이전 등을 이유로 폐쇄적인 시장정책을 펼쳐 높은 벽을 넘지 못해 해외진출이 거의 전무한 실정다. 하드웨어 밀수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판치면서 내수시장은 전형적인 「그레이 마켓」으로 형성돼 있다. 때문에 국내 게임 개발업체들은 수출은 커녕 내수를 위한 제품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말 X박스 출시를 예고하면서 세계 비디오게임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우선 세계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 비디오게임시장 규모는 PC게임시장(93억달러)의 5배에 달하는 49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PS2)의 아성에 X박스와 닌텐도의 게임큐브 등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무려 554억달러 규모의 황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세계 비디오게임기시장이 경쟁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 여건은 더욱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업체인 MS가 게임타이틀 라이선스(서드파티)업체들을 적극 물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금까지 폐쇄정책으로 일관해온 일본 게임기업체들이 더욱 유연한 자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이 대외여건이 호전됨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 노력도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오조라엔터테인먼트(대표 진가인)와 디지털드림스튜디오(대표 이정근)는 최근 국내 게임업체로는 처음으로 각각 소니·MS 등과 서드파티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PC게임 배급사인 아오조라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2개 타이틀을 개발, 소니에 공급하고 내년에는 개발물량을 대폭 늘려 약 300만달러의 수출을 올릴 방침이다.
종합 엔터테인먼트업체인 디지털드림스튜디오(대표 이정근)도 「X박스」가 정식으로 출시되는 올 가을 이후 타이틀을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국내 게임개발사와 「X박스 컨소시엄」 구성을 타진하는 등 국내 비디오게임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해외 제휴사를 통한 진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타프시스템(대표 정재영)과 디지털테라트(대표 안재형) 등 중소 게임업체들은 지난해말 미국의 게임 배급업체인 어클레임(Acclaim), 일본 게임기획사인 오피스다이너마이트 등과 각각 제휴를 맺고 비디오게임을 개발, 소니와 MS에 공급하기로 했다. PC게임 개발사인 조이캐스트(대표 김형균)도 미국 소니와 공급계약을 맺고 PS2용 타이틀을 개발중이다.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을 비디오게임으로 컨버전해 출시하는 시도도 잇다르고 있다. 게임 개발업체인 소프트맥스(대표 정영희)는 최근 인기 PC게임 「서풍의 광시곡」을 세가의 드림캐스트용 게임으로 컨버전, 일본 현지에 공급하기로 했다. 온라인게임업체인 넥슨(대표 이만교)도 온라인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니와 PS2용 온라인게임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업체들은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불모지인 비디오게임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을 컨버전해 출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일본 비디오게임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까다로운 제한조치가 국내산업을 보호하기보다는 불법복제와 밀수를 양성해 내수시장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불법복제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