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아케이드 게임기는 매년 게임수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해온 중심 수출품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불황과 맞물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2만5000여개 게임장은 댄스게임기의 인기 하락과 「포스트DDR」의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게임장 업주들의 단체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회장 은덕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게임장의 수는 지난 99년에 비해 36% 증가했으나 게임장의 월 평균 매출은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아케이드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6% 감소한 1조6716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산 컴퓨터 게임장들이 매출의 33% 정도를 게임기 구매에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아케이드게임기의 내수 시장은 2000년 5572억원으로 전년의 5964억원에 비해 392억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시장의 불황과 맞물려 국산 아케이드게임기의 수출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아케이드게임기의 수출은 7500만달러(한화 약 825억원)로 지난 99년 9350만달러(한화 약 1029억원)에 비해 무려 1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산 아케이드게임은 일본 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각국의 시장에 진출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대만 등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아케이드게임 산업에 진출하고 있어 국산 게임기의 경쟁력도 차츰 빛을 잃고 있다. 또 일본업체들도 각종 저작권을 문제로 한국 게임기들을 크게 견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아케이드게임은 앞선 기술의 일본제품과 값싼 동남아시아산 제품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관계자들은 지난해 수출감소의 원인은 이같은 경쟁력 약화 때문으로 국산 아케이드게임이 세계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동안 일본 제품을 모방해왔던 체질을 개선, 기획력을 높이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산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심한 장르 편중현상을 보여왔다. 지난 99년 이후 댄스게임기인 DDR 열풍이 일본·한국에 거세게 불어닥침에 따라 대부분의 게임개발사들은 경쟁적으로 음악시뮬레이션 게임기 개발에 매달려 왔다. 또 지난해 초부터 인형뽑기류 게임들이 전국에서 인기를 끌자 많은 게임개발사들은 크레인게임 개발에 몰려들었다. 너도나도 같은 장르의 게임개발에 나섬에 따라 경쟁은 격화되고 게임기의 가격은 급속히 하락하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업체들이 다른 나라에서 히트했던 제품을 모방해 국내시장에 출시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관행이 국산게임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생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아케이드게임업체들의 다양한 게임 개발노력은 국산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
게임업체인 엑스포테이토(대표 이상헌)는 지난해 코믹 스포츠 게임인 「컴온베이비」를 출시, 국내에서만 1000여대를 판매하는 등 국산 아케이드게임 돌풍을 일으켰다.
또 이 회사는 미국·일본·유럽 등지에 자사의 게임기 1000여대를 수출했으며 미국 대형 게임 유통사인 3DO와는 「컴온베이비」의 컨버전 및 해외배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아케이드게임인 「컴온베이비」의 인기에 힘입어 이 게임을 PC게임으로 컨버전, 오는 3월 말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아이솔루션의 「난타2000」, 베스트소프트의 「BDD」, 멀티미디어콘텐트의 「벤허2000」, 인터존21의 「에이씨퍼커스」 등 신생 아케이드게임 개발사들이 출시한 제품들이 미국·유럽 등지에 잇따라 수출되고 있다.
신생업체다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케이드게임시장의 국내·외 여건이 크게 변하고 있는 만큼 게임개발사들도 이 기회를 호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시장 동향 및 게이머의 선호도를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품에 접목할 경우 의외의 결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