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로봇 열풍>(9/끝)로봇강국으로 가는 길

로봇강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100m 경주에서 미국·일본·유럽 등의 출발선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 이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급속히 다원화되는 로봇시장구도에 맞춰 대응전략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상용화 단계에 가장 근접한 생활로봇시장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이 분야는 우리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이 정보통신(IT)분야에서 이룩한 성과를 로봇기술에 잘 접목만 하면 생활로봇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생활로봇이 태생적으로 정보통신기술과 로봇기술의 퓨전개념으로 발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보급률과 유무선 통신인프라, 유능한 벤처인력 등은 아직 초기단계인 생활로봇시장이 자리를 잡는 데 더없이 좋은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생활로봇을 반드시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최첨단기기로 간주하는 로봇에 대한 지나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기업 로봇개발자는 『가사노동을 돕는 보급형 생활로봇을 거의 완성했지만 상부에선 회사의 기술력 과시를 위해 과도한 첨단기능 탑재를 요구해 기술자로서 부담이 크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로보티즈의 김병수 사장은 공허한 기술 과시보다 지금 시장에서 팔리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츠닷컴과 함께 미국·일본 시장에 대규모 애완용 마우스로봇을 수출키로 하는 계약을 맺어 향후 3년간 무려 200억원 규모의 로열티 수익을 보장받았다.

개당 5만원짜리 마우스로봇을 가리켜 장난감이라며 코웃음치던 다른 로봇업체들도 자극받아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실용적인 생활로봇쪽으로 개발전략을 선회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인터넷관련 투자액 중 극히 일부라도 로봇산업에 접목시킨다면 국내 생활로봇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탈 것으로 예상한다.

생활로봇과 함께 차세대 로봇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초정밀 가공로봇(바이오·광부품·마이크로 로봇)분야는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인 정부지원과 민간 공동기술개발이 요구된다.

생명공학제품이나 광부품 양산에 사용되는 초정밀 가공로봇은 세계적으로 아직 시장수요가 초기단계일 뿐만 아니라 일부 중소기업이 시장을 거의 독식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력과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국내 기업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분야로 평가되고 있다.

광운대 김진오 교수는 『지난 20년간 자동차·반도체 등 로봇기반의 제조업 발전으로 우리나라의 로봇전문인력은 숫자와 능력면에서 국제적인 수준을 갖췄다』며 적절한 정부지원이 이뤄질 경우 바이오·광부품 등의 생산자동화에 필요한 초정밀 가공로봇분야에서 2010년 이내에 세계 5위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이와함께 성숙한 로봇문화 구축을 위해 민간차원의 로봇교육확대도 시급히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초·중학교 교육과정이나 실업자 재취업 교육과정에 로봇과목이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지난 2∼3년간 인터넷열풍과 거품붕괴를 겪으며 21세기 신경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가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체득했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웹디자인 교육과 함께 로봇제어과목도 같이 가르쳐야 할 시기다. 로봇은 미래 경제활동의 새로운 주역이기 때문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