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우주개발의 꿈을 안고 2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99년 12월 발사한 국내 첫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1호)이 국가적인 재해에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전국적으로 황사현상이 심해지고 건조주의보 속에 산불이 잇따르면서 위성영상을 이용한 재해대책 및 분석이 절실해지고 있으나, 정작 아리랑1호 위성은 단 1장의 영상도 촬영하지 못한 채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상청과 국가지정 대기환경연구실 등 황사 관련 기관에서는 아리랑1호의 영상 이용을 아예 기대조차 않고 있으며 미국 등 외국계 기상위성이 보내온 영상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항우연 관계자는 『지난 20일의 경우 황사를 촬영하기에 좋은 조건이었지만 사전의뢰가 들어온 울릉도 촬영 일정 때문에 황사를 찍지 못했다』며 『기상청으로부터 중국에서 황사가 발생했다는 연락만 받았어도 촬영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리랑1호에 탑재된 해양관측카메라(OSMI)는 해양관측이 주 임무이기 때문에 황사관측은 부수적인 업무』라며 『앞으로 전자광학카메라(EOC)를 통해 황사의 진원지인 중국의 고비사막을 촬영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항우연의 설명과 달리 아리랑1호의 영상자료 활용계획에는 정상운용 상태에서의 주·부임무인 지도제작을 위한 고해상도 영상자료 축적에 앞서 국가안전과 자연재해 상태에서 위성을 최우선적으로 활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