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26>
그는 또 한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애써 감정을 숨기면서 여유있게 빙긋 웃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길가의 승용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서 윤학수를 불렀다. 윤학수는 십년 전에 나의 운전 기사로 들어왔다. 그 이후 영업부 일을 하면서 최근에는 차장으로 진급해서 일하고 있었다. 그를 발탁해서 비서로 만들었다.
『윤 차장, 가지고 온 가방을 가져오게.』
전화를 끊자 윤학수가 조그만 손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윤 비서가 그것을 나에게 전하고 물러갔다. 나는 그것을 탁자 위에 놓고 열었다. 그 안에는 수표 1백만원권을 묶은 다발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가방을 닫고 그것을 그에게 주면서 말했다.
『모두 25억원입니다.』
『감사합니다. 동지.』
그의 입에서 동지라는 말이 나왔다. 왠지 어색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다시 웃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에 내가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요?』
『공천을 받지 못해도 무소속으로 나갈 것이 아닙니까?』
『물론이지요.』
『그렇다면 돈은 어차피 필요할 것입니다.』
『고맙소. 동지. 우리는 영원한 동지입니다. 동지는 전국구로 영입될 것으로 아는데, 다음에 의정에서 만납시다.』
그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의 입에서 동지라는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왔다. 나는 그 동지라는 말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당의 공천을 받고, 선거 유세를 하게 되면 그때 또 만납시다.』
『언제든지 오십시오. 그리고, 자금을 지원받은 마당에 염치가 없지만, 한 가지 더 부탁을 드립니다. 당의 공천을 받게 도와주십시오.』
『제가 이렇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개인 입장이지만,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의 공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면 지원해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공천 때까지 비밀로 해주십시오. 참모에게도 언급해서는 안됩니다. 이 지역에서 공천을 받기를 원하는 당원이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약속하실 수 있지요?』
『물론이지요.』
그는 물론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면서 다짐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목을 걸고라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