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게임에서 승리하라」
에릭 슐츠 지음, 넥서스 펴냄
마케팅은 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 심판관인 소비자에 의해 승부가 가려지는 냉혹한 게임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선택받는 기업은 화려한 각광을 받으며 푸짐한 보상을 받게 되지만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기업은 쓸쓸히 퇴장하는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 투지를 불태우며 달겨드는 경쟁사와 맞붙어 밀려 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혼신의 힘을 기울여 게임에 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케팅게임에서 패배하지 않고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경쟁사들은 과거보다 강하고 현명해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심판기준도 한층 다양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게다가 시장의 여건과 구도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게임의 규칙도 본질적으로 다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에 성공을 가져다준 마케팅전략이라고 해서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과거의 성공에 사로잡혀 여전히 정형화된 틀에 의해 마케팅전략을 수행하며 게임에 참여하는 경우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의하여 의외로 쉽게 무너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게임은 가파른 절벽을 생명줄 없이 기어올라가듯 험난하며 고달프다. 정상은 멀고 밑은 천길만길 낭떠러지다. 그야말로 긴장을 풀고 삐끗 한번 실수하면 끝없이 추락하게 된다. 「마케팅게임에서 승리하라(원제목:The Marketing Game)」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추락하지 않고 버티며 꾸준히 정상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가 하는 비결을 가르쳐 주고 있다. 저자인 에릭 슐츠는 코카콜라, 월트디즈니 그리고 P&G와 같은 세계적 우량기업에서 마케팅 총책임자로 수많은 마케팅게임을 진두지휘해 성공을 거둔 역전의 맹장이다. 훌륭한 장수는 병법과 실전 모두에 통달해야 하는 것처럼 에릭 슐츠도 마케팅의 원리원칙에 충실하면서 실무에의 적용에 탁월한 관리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답게 다양한 마케팅 사례를 섭렵하면서 허와 실을 분석하여 마케팅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노하우를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새로운 전략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하여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너리즘에 빠진 관리자라면 시트러스 힐과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의 격전사례를 반드시 한번 읽고 음미해 보기를 권장한다.
제2부에서는 가격, 제품, 포장 그리고 유통과 같은 핵심적인 전략수단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탁월한 시장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제3부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다루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효과적인 광고와 PR를 기획하는 지침을 알려 주고 있다.
제4부에서는 판촉에 있어서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코카콜라사의 애틀랜타 올림픽 후원행사 진행책임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효과적 스포츠 마케팅전략이 구비해야 할 여러 요소를 사례와 함께 꼼꼼히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무자가 쓴 글은 다소 초점이 불분명하고 난삽하며 체계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 책도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글 속에 녹아 있는 저자 나름의 독특한 비결을 옆에 앉아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
저자는 100% 독창적인 전략이란 있을 수 없고 탁월한 생각은 대부분 다른 생각을 응용하여 발전시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이제 남은 일은 저자가 제시한 탁월한 전략들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