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괌 아가냐공항에서 발생했던 항공기 추락사건은 아직도 우리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기상돌변과 조종사의 실수도 원인이었지만, 괌 사고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아가냐공항이 보유한 관제 및 항행지원에 관한 시설상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2일 인천국제공항 개항식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자세를 갖고 아무리 사소한 문제점도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실제 개항(29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인천국제공항도 전체 시스템 운영상의 단순한 오류이긴 하지만 최종 점검과정만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불안정한 시스템 연계 =지난 20일 인천공항공사측이 실시한 수하물처리시스템 최종 공개테스트에서도 관련 시스템에 또다시 말썽이 생겼다. 항공사체크인공용시스템(CUS)과 수하물처리시스템(BHS)의 연동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공항의 중추신경계통 역할을 담당하는 종합정보통신시스템(IICS)을 비롯해 항공사체크인공용시스템·수하물처리시스템·운항정보시스템(FIS) 등 38개에 달하는 서버시스템간의 데이터 유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은 인천공항정보시스템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전체 시스템간 상호연동시험은 지난해 2월까지 모두 마무리해야 했으나 연말에 가서야 공항 전체 시운전과 연계시험을 완료했다. 그만큼 전체 시스템 안정화와 보완기간이 짧았다는 얘기다.
◇비상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 =외국에서는 시스템 개발과 세팅이 끝나고 각종 테스트에서 100% 통과한 다음에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종합 시운전을 실시한다.
이에 반해 인천공항은 종합적인 시운전기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종합정보통신시스템과 38개 하부시스템을 개발한 업체가 제각기 달라 아무도 전체시스템에 대한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시험운영과정에서의 잦은 시스템 오류에 대한 책임을 다른 업체에 서로 떠넘기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따라서 이미 확인된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보완작업은 물론 실제 공항 개항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비상상황에 대비한 예비운영절차(OCP)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