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과거 아시아 경제의 중심지라는 지위를 21세기에도 지속하기 위해 지난 91년부터 7년간에 걸쳐 첵랍콕 신공항 건설이라는 대역사를 시작했다.
세계 4위 규모였던 카이탁공항이 2400만명 수용한계를 초과하는 상황과 중국 귀속 이후 불투명해진 홍콩의 미래를 고려해 중국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이때부터 홍콩 당국은 도시의 역할을 중국무역 전진기지로 규정하면서 항공수요 폭증에 대비한 신공항 건설을 서둘렀다.
첵랍콕 신공항은 전체 부지의 4분의 3 정도가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물위의 도시로, 전체 부지가 1248㏊로 기존 카이탁공항보다 4배가 넓고 인천국제공항(1174㏊)보다 다소 큰 편이다.
승객터미널만도 51만6000㎡(15만6000평)로 기존 카이탁공항보다 9배나 넓은 첵랍콕은 연간수송량이 여객 3500만명에 화물 300만톤으로 출입국수속과 화물처리 등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시설을 갖췄다.
오는 29일에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도 연간 2700만명의 여객과 시간당 8400개의 수하물을 처리할 수 있는 여객터미널, 연간 170만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화물터미널, 그리고 연간 17만회의 항공기 운항을 수용할 수 있는 활주로 2개, 높이 100.4m의 관제탑 등을 갖춘 동북아중심(HUB) 공항이다.
하지만 98년 7월에 완공된 첵랍콕 신공항은 개항 당일 수하물처리시스템이 고장을 일으키면서 혼란이 시작돼 무려 40일간이나 계속됐다.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고 탑승교 고장으로 승객들이 몇 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는 등 마비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인근 공항에 기착하거나 회항하는 비행기들이 속출하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고, 급기야 운항지연에 따른 수조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이어지는 사태를 빚었다.
이처럼 공항규모나 첨단설비와는 무관하게 수하물처리시스템의 단순고장과 같은 시스템 운영상의 문제가 국가적 망신은 물론이고 엄청난 추가 비용부담에 시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첵랍콕공항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