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만난 사람>연극인 박정자(http://www.parkjungja.com)

연극은, 절실하나 다가 갈 수 없는 첫사랑의 떨림 같은 존재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지만 표현하기 어렵고 나타내기 어려운 우리 실존과 고뇌를 연극이라는 무대 예술을 통해 40년째 표현해 주고 있는 박정자(http : //www. parkjungja.com). 그녀는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의 숨겨진 모습들을 다양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자 연극인 중 한 사람이다. 그녀의 홈을 열면 특유의 강렬하고 서늘한 음성이 들린다. 「여기 당신과 박정자의 만남」

올해 예순을 맞이하는 그녀는 작년 쉰 아홉의 나이에 인터넷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했다. 그녀의 아들과 친구들이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프롤로그, 모놀로그, 다이얼로그, 에필로그로 만들어진 그녀의 공간에는 역시 타인과의 소통에 관심이 많은 연극인의 체취가 묻어난다.

프로필을 보니 나도 그토록 감동적으로 관람했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를 비롯해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신의 아그네스」 「페드라」 「위기의 여자」 「내사랑 히로시마」 등 130여편의 출연작품 목록이 뜬다. 새삼 그녀의 팬이 되어 연극장을 찾던 때와 감동들이 살아난다. 출연작품수만큼이나 많은 수상연보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독보적이고 귀중한 연극인인지 알 수 있다.

3월초 그녀는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대표작 「에쿠우스」에서 남자역의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역을 중성적인 이미지로 훌륭히 소화해 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었다. 홈에서 연극인 박정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꽃봉지회」에 가입할 수 있으니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손을 내밀어 보자. 그녀가 그 손을 잡아 줄 것이다.

<고은미기자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