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노영보 법원 행정처 법정국장

「등기소에 보관된 부동산 등기와 상업 등기를 인터넷으로 전국민에게 공개한다.」

등기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등기부 등·초본의 열람과 발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지난 92년에 대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흐른 2001년 2월 1일에는 법인등기 전산화 작업을 완료한 등기소의 법인등기에 대한 인터넷서비스가 시작됐다. 쉽게 말해 그동안 수작업으로 관리하던 종이등기부를 전산화하고 이를 인터넷으로 공개한 것이다.

일반 국민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나 등기업무 홈페이지(http://registry.scourt.go.kr)에 접속만 하면 다양한 법인등기 관련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법인등기부에 등재된 내용의 전부나 일부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열람할 수 있고 서비스 이용시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이체를 통해 수수료가 자동으로 부과된다. 50통 이상의 등본 또는 초본 발급을 신청하는 경우 인터넷 예약도 가능하다. 법인등기 등록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법인등기 신청서 양식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법인등기 인터넷 열람서비스는 국가 기관이 보유한 공적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정부대 개인(G2C) 서비스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등기전산화사업의 숨은 주역인 대법원 행정처 노영보 법정국장(47)도 이번 법인등기 인터넷 열람서비스가 국가 공적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실질적으로 공개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법정심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PC를 잘 활용한다는 이유로 사법업무 전산화 추진위원회 간사로 선임된 것이 그가 등기전산화사업과 인연을 맺게 된 동기다. 인터뷰 도중 우연히 나온 매킨토시 이야기에 과거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절을 떠올리는 그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컴퓨터를 잘 다루느냐는 질문에 노 국장은 『컴퓨터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법정심의관 시절에 수립한 등기업무 전산화 기본계획은 현재 등기전산화사업의 뼈대가 됐다. 국내 전산기술이 아직 미흡하던 시절에 일본식 호스트 중심의 등기업무체계를 과감히 버리고 분산환경의 시스템 구조와 업무프로세스재구성(BPR)을 기본으로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사람도 다름아닌 노 국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노 국장은 컴퓨터와 자신에 관한 이런 주변 이야기에는 별

로 관심이 없다.

『등기부 등·초본 열람과 발급을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국민이 등기소에 직접 오가야 하는 불편을 줄이겠다는 것이 법원 등기전산화사업의 출발점이자 최종 목표입니다.』

컴퓨터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대법원도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공직자로서의 신념이 그가 등기전산화사업을 맡고 있는 진짜 이유라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목표와 비전이 확실한 만큼 노 국장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등기전산화사업을 진행해왔다.

등기업무 전산화사업은 전국 등기소가 보유한 종이등기부(약 4600만필지, 1억6000만장)를 전자자료로 변환하고 이를 활용해 등기 신청사건 처리, 등기부 등·초본 발급 및 열람, 통계처리 등 각종 등기업무를 전산화하는 작업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총 1억6000만쪽에 이르는 수작업 등기부가 국가 기간 데이터베이스(DB)화되고 평균 3시간 이상 걸리던 등기부 등·초본 발급시간이 3분 이내로 줄어든다. 또 등기소 관할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등기발급서비스가 가능하고 상업 등기의 경우 무인발급기를 통해 상업등기소 외의 등기소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특히 모든 부동산과 법인 등기에 대한 인터넷 열람서비스가 실시되면 등기 내용을 단순히 확인하기 위해 일반인이 직접 등기소를 방문하고 등기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도 사라진다. 또한 등기부 등·초본 발급 및 열람에 관한 통계를 자동으로 생성해 정책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등기신청사건 처리를 위해 등기부를 직접 반·출입해야 하는 번거러움도 사라진다. 등기신청의 접수·조사·기입·교합·보정통지서 작성 등의 전체 업무가 한 장소에서 컴퓨터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내지는 디스켓을 이용한 등기신청 방식이 도입되면 등기신청서 정보를 일일이 타이핑해야 하는 작업에서 해방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같은 부동산 등기 및 상업 등기에 대한 업무전산화를 오는 2002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전체 210개 등기과(소) 가운데 99군데가 완료됐으며 전체 4600만필지 중 55.7%의 종이등기부가 전자등기부로 전환됐다. 이번에 개통한 법인등기 인터넷서비스에는 서울지방법원 상업등기소와 성북등기소 등 전국 10개 등기소가 연결돼 있다.

대법원이 부동산 등기에 앞서 법인등기 인터넷서비스를 먼저 개통한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부동산 등기는 법인등기에 비해 악용될 소지가 많아 인위적인 해킹에 대비한 보안 체계가 더욱 철저해야 하므로 우선 법인등기 인터넷서비스를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보안문제를 계속 점검 중』이라는 게 노 국장의 설명이다.

이번 법인등기 인터넷 열람서비스 운영 결과를 토대로 향후 부동산 등기 인터넷 열람이 시작되면 법원 등기부 전산화사업의 효과를 국민들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번이라도 부동산을 전세로 얻거나 직접 구입해본 사람이라면 등기부 내용를 확인하기 위해 등기소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를 생각해보면 부동산 등기 인터넷 열람서비스가 가져다 줄 편리함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노 국장 자신도 『국민들이 등기서비스가 편리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가장 큰 보람도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미 확보된 등기 DB를 활용한 등기신청사건의 전자적 접수와 처리는 물론 등기소가 아닌 일반 지역에도 무인발급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등기 DB 자료를 다른 국가기간망과도 연계해 국민 모두가 등기업무를 포함한 일반 행정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장기적인 비전도 수립해 놓고 있다.

결국 노 국장은 『내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대법원 홈페이지나 등기업무 홈페이지에 접속만 하면 등기업무에 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크게 홍보해 달라』고 요구해 이번 인터뷰에 응한 숨은 의도를 끝내 드러내고야 말았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경력사항> ▲54년 서울생▲73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78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법학사 ▲88년 미 죠지타운법센타 LL.M ▲80-83년 공군법무관 ▲83-85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85-89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89-91년 부산고등법원 판사 ▲90년 법원 IT종합계획 수립 ▲91-94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91년 법원행정처 조사국 조사심의관 ▲91-94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법무담당관(겸임) ▲92-93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겸임) ▲92-94년 부동산등기전산화 종합계획 수립 ▲94-97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장▲97-2000년 사법연수원 교수 ▲현 서울지법부장판사(법원행정처법정국장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