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바닥 다졌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해외 주요 반도체주들이 급상승을 보이면서 반도체주가 이제 바닥을 확인했는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 하루에만 8.04%가 오르는 등 4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19만원에서 21만5000원으로 급등했다. 대다수의 정보기술주들이 보합권 공방만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의 혼자만의 힘으로 종합주가지수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남반도체도 이날 모처럼 12%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고 현대전자도 1.17%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의 강세는 전날 미국 반도체주들의 급상승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각)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25%나 급등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인텔·모토로라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주가도 모두 10%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나스닥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반도체 재고가 급감하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당초 우려와는 달리 2·4분기에 세전기준으로 소폭의 이익을 올렸다고 밝히는 등 우선 반도체주가 최악을 벗어났다는 데는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경기의 회복은 여전히 3·4분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 이번 반도체주의 상승세를 일시적인 강세로 풀이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추세적인 반도체주의 상승은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우종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D램 가격도 추가하락하지 않고 있고 반도체 재고도 줄어드는 등 반도체경기가 최악은 벗어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주가의 선행성을 고려해도 반도체주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의 경우 전 고점인 23만원까지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고 현재의 펀더멘털을 감안한 적정주가는 26만원 정도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반도체경기가 바닥을 찍는 오는 9월까지는 본격적인 상승세

를 나타내기 힘들어 단기중립·중기매수의 입장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상승전망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증시수급상의 문제다.

삼성전자의 23일 외국인 보유지분은 56.44%로 사상 최고치였던 57%대에 근접해 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추가적으로 더 사들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든 상황.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때마다 오히려 보유물량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