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스케치

◆총 280개 상장 및 등록업체 정기주총이 23일 일제히 열렸다. 대다수 정보기술(IT)업체들은 큰 소란없이 안건을 처리해 보다 성숙해진 주총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대우전자는 출자전환을 추진한 정관개정안이 무리없이 통과됐으며 실적수정으로 주주들의 거센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새롬기술도 비교적 평온하게 주총을 마무리. 엠플러스텍은 오봉환 사장이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선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우전자 : 지난해부터 쟁점이 됐던 신주발행시 제3자배정 근거조항 마련 등 정관변경안을 표결처리하고 최종승인했다. 총 참석 주식수 6168만410주 가운데 찬성 2181명(5992만5442주), 반대 27명(175만4968주)으로 찬성주식수는 의결권있는 참석주식 6168만410주의 97.15%를 차지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대우전자 발행주식수를 5억주에서 6억주로 늘리는 것과 경영상의 필요로 국내외 금융기관 및 채권자와 합작 상대방, 기술제휴 상대방, 거래처 등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는 방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1조4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위한 근거를 마련,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하나로통신 : 최근 비동기 IMT2000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후 유증을 안고 시작한 이날 주총은 시종 소액주주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의장직을 맡은 신윤식 사장의 속도전으로 40여분만에 종료.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개정과 이사보수 지급한도 승인의 건의진행중에 한 소액주주는 『기업손실도 지난해와 비교해 주당금액이 80%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 임원들의 급여를 올리겠다는 것은 주주들을 무시한 처사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신윤식 사장은 『보수체계를 연봉제로 바꾸는 것일 뿐 급여인상은 아니다』며 해명하기에 진땀을 흘렸다.

◇새롬기술 : 주가하락과 실적수정발표로 주주들의 항의가 거셀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차분하게 주총이 마감됐다. 의결권이 있는 주주의 73%가 참석한 이날 주총에 참석한 100여명의 주주들은 새롬기술이 준비한 사업계획 및 경영성과에 대한 브리핑을 2시간 가량 경청한 후 별다른 질의없이 주총을 끝냈다.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은 『지난해 인터넷 선도기업으로 입지는 확고히 했지만 수익창출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2000억원대의 현금보유고를 바탕으로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경영계획을 밝혔다.

새롬기술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 감소한 137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흑자에서 219억원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달 경상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22억원, 13억원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16일 지분법 반영에 따라 경상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216억원, 219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히고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 이재웅 현 대표이사를 재선임하는 데 반대표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통과된 안건은 발행예정주식의 총수를 4000만주에서 1억주로, 사채발행한도를 8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리는 것 등이었으며 별다른 주주들의 반대없이 30여분만에 끝났다.

◇사람과기술 : 시종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이 경영권 인수를 위한 물밑 조율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경영권 피인수에 관한 사항의 상정없이 7분여만에 싱겁게 끝났다. 지난달 25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천재욱 사장이 의장을 맡은 주총은 당초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의 경영권 인수에 대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차대조표 등의 실적과 정관변경안만 처리됐고 경영권문제에 대한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노머니의 지분(우호지분 포함 12.08%)이 사람과기술이 소유한 지분보다 많고 지난해 발생한 32억원의 당기순손실 등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천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모두 물러날 예정』이라며 『곧 이사회를 소집해 이사선임·경영진교체·임시주총소집 등 향후일정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노머니의 인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풍겼다.

◇서울이동통신 : 이봉훈 창업자 겸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최상빈 현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또 소액주주모임 대표인 박경욱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새로운 경영진 구성과 함께 무선인터넷메시징서비스(IMS)와 앞으로 초고속무선접속망서비스·무선랜사업 등을 올해 및 중단기 주력아이템으로 확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젊고 스피디한 경영을 위해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고 향후 핵심사업에 대한 주주들과의 공통된 인식을 이끌어낸 의미있는 주총이 됐다』고 설명.

<증권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