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파이어니어](19)SK글로벌 함윤성 전략사업본부 상무

70, 80년대 국내 종합상사의 변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최근 몇년간 종합상사의 움직임은 B2C, B2B 영역을 망라해 매우 활발하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SK글로벌의 행보는 더딘 감마저 보였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MRO 전문 e마켓 MRO코리아를 설립한 것 외에 이렇다할 사업이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글로벌의 더딘 걸음에는 함윤성 상무의 「등장」이 적지 않은 이유로 작용했다. 기획조정실에서 기획을 맡아오던 함 상무가 지난해 4월 신설된 인터넷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막 시작하려던 많은 사업들을 재검토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e비즈니스만이 성공한다」는 소신에 비출 때 당시 추진된 많은 사업에 대해 성공할 자신감이 없었죠.』 돌이키면 당시 「보수적인」 접근이 전화위복이 됐지만 대부분 기업이 신규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던 터라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함 상무도 자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일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바뀐 대표적인 사업이 포털사업과 벤처투자사업이다. 당시 SK글로벌은 일반인 대상으로 한 대규모 포털을 신규사업으로 준비해 왔으나 전문포털로 방향이 수정됐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의사사이트와 교사사이트 외에 앞으로 치과의사, 약사, 변호사 등 결속력 있는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는 전문포털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물론 의사사이트 뒤에는 건강·의료사업이 있듯 모두 오프라인 사업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SK글로벌 보유의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한 글로벌B2C사업(위즈위드)도 SK글로벌의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벤처투자의 경우 글로벌네트워킹을 활용하는 「글로벌밀레니엄펀드」를 조성했다. 즉 SK글로벌이 보유한 해외네트워크를 이용하되 지금 당장 수출해 수익을 올

릴 수 있는 벤처에 투자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세운 것이다.

함 상무는 워싱턴대학과 시카고 MBA를 거친 컨설턴트 출신이다. SK글로벌과의 인연은 국내에서 5년여간의 컨설턴트 생활을 마치며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고민할 98년에 맺어졌다. 함 상무가 이곳에 와서 처음 한 일은 조직의 장기비전 수립. SK유통과 SK에너지판매를 합병, 예전 SK상사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이 확대된 SK글로벌의 장기 전략을 세웠다. 대부분 상사들이 그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에게 맡긴 일을 함 상무가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의외다. 이 때문에 함 상무는 SK글로벌의 가장 큰 힘을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직문화」로 꼽는다.

함 상무는 해외네트워크와 3700개 주유소, 1600개 011대리점이라는 국내 인프라를 포함해 SK글로벌의 네트워크 활용방안을 고민중이다. 『종합상사라는 업종의 존립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21세기 상사의 역할이 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함 상무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지식기업이야말로 인터넷시대 종합상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신혜선기자 shin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