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국·유럽·대만 등 전세계 유력 PCB업체들이 중국으로 모여 들고 있다. 중국전자회로협회(CPCA)에 따르면 일본은 10여개 업체가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거나 짓고 있으며 미국·유럽계 업체도 5, 6개에 달하고 있다.
우선 일본 최대 PCB업체인 일본 CMK가 동관에 양·단면 PCB를 생산하는 제1공장을 가동시킨 데 이어 오는 2002년까지 위시 지역에 대규모 빌드업 기판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또 메이코·NEC·에르나·일본일렉트로닉스 등도 중국에 대규모 PCB 공장을 갖고 있다. 이 업체들은 지금까지 주로 가전용 PCB 공장을 세웠으나 올해부터 휴대폰에 채택되고 있는 빌드업 기판과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BGA 기판으로 생산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휴대폰 소비국으로 급부상한데다 상해 포동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PCB업체의 중국 진출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19개의 대만 PCB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거나 설립 허가를 받아놓고 있다. 이들 대만 업체는 모두 대만에서 상위 30위권내에 랭크된 유력 업체로 마치 중국이 대만 PCB산업의 복사판에 가깝다는 게 CPCA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만 업체도 일본 업체처럼 페놀 PCB 중심에서 벗어나 빌드업·BGA·임피던스 보드 등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대만 최대 PCB업체인 컴팩은 소주에 월 72만제곱피트 규모의 초다층 네트워크용 보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근처인 곤산에 대규모 BGA 기판 전용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또 대만 2위 업체인 난야, 3위 업체인 우스도 최대 월 80만제곱피트의 다층PCB 생산 능력을 지닌 중국 공장을 세웠으며 올해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생산 설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왕용기 CPCA 지사장은 『대만 PCB업체들은 세계적인 컴퓨터 경기 하락으로 생산인력을 감원하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면서 『대만 PCB업체들이 이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생산비 부담이 적으면서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PCB업체들의 시각이 최근들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에 PCB 공장을 갖고 있는 업체는 코리아써키트·태일정밀 인터플렉스 정도였다.
그러나 가격만 저렴하지 기술 수준은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 업체들이 일본·대만의 기술 지원을 받으면서 국내 PCB업체의 턱밑까지 따라왔다.
사정이 이처럼 급변하자 원판 생산업체인 두산은 300억원을 투입, 중국에 페놀 원판 공장을 설립키로 했으며 코스모텍도 동관지역에 페놀 PCB 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LG전자는 중국 PCB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경기 위축으로 중국 진출 계획을 잠시 접어두었던 삼성전기도 최근 상해 지역에 대규모 PCB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CPCA전시회차 중국을 방문한 김성기 대덕전자 사장은 임원진을 대동하고 대만 컴팩의 중국 공장을 방문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 중국내에서 가장 최신식 설비가 구축돼 있는 컴팩 공장을 그저 방문하는 것이라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으나 바쁜 일정에 쫓기는 김 사장이 기획·생산 담당 임원진을 이끌고 컴팩 중국 공장을 방문한 것은 주목해 볼 만한 일이다. 대덕전자와 삼성전기가 중국에 진출하면 그동안 중국 진출에 두려움을 갖고 있던 국내 주요 PCB업체들도 대거 중국으로 몰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