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3)게임 인력양성 이대론 안된다

◆성제환 게임지원센터 소장

천연자원 중심의 산업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산업은 창조돼야 하는 것이다. 70년대 초 모그룹이 반도체산업에 투자를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무모하다고 비난했지만 이제 반도체산업은 지식산업의 기반이 됐다. 당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한 연구소 신설, 산학협동을 통한 대학 지원, 해외 두뇌 유치활동 등 고급인력 유치와 양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제 그 산업의 규모가 1800억달러라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래산업의 중심축이 반도체산업에서 문화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화산업의 규모는 1조70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중 게임산업의 규모는 1280억달러로 반도체산업에 육박하고 있으며 오는 2005년에는 2260억달러로 성장, 반도체산업을 능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규모에 있어서 영화·음반·애니메이션산업의 규모를 넘어선 지 오래며 정보기술(IT)의 마지막 응용산업이라는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그동안 우리는 게임산업에 무엇을 투자해왔는가.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서 차관을 들여와 석유화학공업 등 장치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반면 손바닥만한 사무실에서 무한한 창의력과 IT를 접목시키려고 밤 새우는 게임 벤처는 투자의 사각지대였다. 더욱이 인

력 양성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최근 문화산업인력 관련 연구결과(문화정책개발원)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게임산업에서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대략 1만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문대 이상의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게임 관련 분야 인력은 700∼900명 선이다. 2005년까지 수요의 10%에도 못미친다.

게임 개발사들은 절대적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여건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포기한 것 같다.

『지난 3월 직원을 채용하면서 그래픽 전공자를 충원했다. 사실 프로그래머를 보강하려 했으나 인력 수급이 원할하지 않다. 최소한 경력 1년 이상의 직원을 원하지만 찾기 힘들다. 유일한 방법은 기존 업체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것이다. 게다가 인건비도 부르는 게 값이다. 학력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게임업계에서 3년 이상이면 통상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고액 여부를 떠나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게임개발 업체 사장인 P씨의 말이다.

게임 개발업체의 볼멘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시사점이 크다. 지금부터 게임산업의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인력 양성정책을 펴나가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보다 체계적인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하며 특히 기획과 고급 제작인력의 양성이 중요하다.

우선 게임을 둘러싼 시장 전반을 분석하고 게임 개발 과정을 합리적으로 통제·관리할수 있는 「미디어 믹스(media-mix)」 전략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기획 인력의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일부 대학이 게임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지만 기획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전무하다. 콘솔게임·모바일게임 등 제작비용이 갈수록 많아지고 애니메이션·캐릭터 등 연관산업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기획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자칫 외국 대형 배급사에 종속된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화려한 인터페이스와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제작할 수 있고 급변하는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제작 인력도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 이는 고등교육기관에서 양성하는 제작 인력 수준보다 한 차원 높은 인력 양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학의 게임 관련 과목은 시설투자 없이 교수와 컴퓨터만 갖추면 할 수 있는 강의를 하고 있다. 게임 프로그래밍·게임 시나리오·게임 그래픽 등과 같은 교과목을 이수하면 게임 제작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교육기관의 무책임에 씁쓸할 뿐이다. 국내 어느 대학에서도 모션캡처 장비·3D 스캐너·음향효과·영상편집·개발시연 등의 시설을 갖춰 놓고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없다. 우리의 우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인력 양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주목된다. 다만 보다 효과적으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이것만큼은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정규 고등교육기관이 온라인 교육을 통해 기초이론 분야를 담당하고 오프라인에서는 기존 시설을 갖춘 사설학원을 활용해 실습교육을 강화시키고 개발업체는 핵심개발 실무기술을 전수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둘째, 게임 관련 강의 콘텐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게임 관련 대학인 디지펜(Digipen) 대학은 닌텐도의 우수기술 인력을 활용해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7년 이상을 소요했다. 국내나 해외 우수게임 개발 전문인력을 발굴해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 역시 시스템 구축 못잖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