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성표기언어(XML)가 인터넷 국제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관과 관련업체는 최신 기술 습득에만 관심있을 뿐 국내 실정에 맞는 표준 제안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인터넷 기술흐름을 좌우하게 될 XML분야에서 영원한 기술 종속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XML관련 주요 표준화 항목들은 △기업간 전자거래 솔루션 기술표준 「ebXML」 △전자와 컴퓨터 관련 부품 표준 「로제타넷」 △ebXML과 하부 e마켓플레이스를 연결하는 허브개념의 표준 「UDDI(the Universal Description, Discovery and Integration)」 등이다.
ebXML의 경우 현재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의 주도로 표준화가 진행돼 학계 전문가와 28개 기업이 참여한 ebXML전문위원회에서 국내 환경에 맞는 「한국형 표준안」을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구체적인 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측은 『세계표준을 남보다 빨리 입수해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에만 급급한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어음결제나 외상, 리베이트 거래 등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거래 관행에 대한 표준화 대책이 시급하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은 일본전자상거래추진협의회·대만정보산업원 등과 함께 결성한 「ebXML 아시아」회의를 통해 아시아형 표준안을 마련, 5월 ebXML 1.0버전이 발표되는 오스트리아 빈 회의에서 제안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1.0버전이 나온 다음에 아시아형 표준이 채택될 가능성은 적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제타넷 역시 지난해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로제타넷코리아가 설립돼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등 18개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중이지만 국제표준안을 먼저 습득하는 권한밖에는 없어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회원사 가운데 그나마 비교적 활동이 활발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의 경우 주요 고객인 인텔·컴팩·휴렛패커드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로제타넷 표준에 의한 거래를 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로제타넷 표준에 맞춰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이밖에 ebXML기반 기업이 일반 e마켓플레이스와 거래를 가능케 하는 UDDI표준도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아 IBM·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자사에 유리하게 제정한 표준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의 경우 이처럼 타의에 의한 참여가 대부분인데 세계 표준 제정과정에 국내상황에 맞는 표준안을 제시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