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협회 출발부터 비틀

「한국P2P협회, 갈 길이 멀다.」

신규 인터넷서비스 분야인 P2P(Peer to Peer)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10월 출범한 한국P2P협회가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초 초대회장이 회장직을 사임한 후 아직 임시회장 대행체제로 운영하고 총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올해 사업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협회 운영의 젖줄인 회비 역시 전체 회원사의 30% 정도만 완납해 납부 실적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출범 당시 큰 관심을 불러모은 협회가 출범 5개월여 만에 그 대표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리아 P2P컨퍼런스(가칭)」 등 당초 계획한 2001년 사업 계획이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현황=지난 23일 아이비젠 회의실에서 열린 첫 정기총회는 정족수 미달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무산됐다. 전체 44개 회원사 가운데 10여개 업체 정도만 참석한 것. P2P협회는 촉박한 총회 일정 때문이라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준비 모임과 창립총회 당시 30여개 업체가 참석한 것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협회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는 회장단사 역시 잦은 교체로 회원사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초대의장이던 최용관씨(와우프리 사장)가 개인적인 이유로 두 달도 채 활동하지 못하고 사임한 후 정철흠 임시회장(야인소프트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정 사장 역시 삼성SDS에서 분사 예정인 엔위즈를 그만두고 야인소프트라는 업체를 설립해 회장직이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저조한 회비 납부 역시 P2P협회 활동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사무국 사무실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배경=협회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먼저 지도부의 잦은 교체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창립 후 잦은 회장단 교체로 협회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전체 의견보다는 특정 임원사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는 점도 걸림돌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협회 측은 회원사의 참여 저조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불참 회원사들은 협회 대표성 문제를 들어 또 다른 P2P 단체를 결성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회비 납부가 저조한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전망=온라인으로 음악 파일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던 냅스터가 불법이라는 판정이 난 후 어느 분야보다 P2P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정부는 물론 학계나 산업계에서도 공통된 목소리를 모아 올바른 여론 형성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다. 어느 단체 보다 존립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고 해야 할 일도 많다는 분석 때문이다. P2P협회는 이번주 다시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과연 P2P협회가 사업 개시 원년인 올해 국내 P2P 관련 업체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할지, 아니면 이름뿐인 단체로 전락할지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P2P협회 진행 과정

2000년 10월 창립 결의, 준비모임 개최

2000년 11월 8일 창립 총회, 공식 출범(30개 업체)

최용관 와우프리 회장 추대

2001년 2월 최용관 회장 사의 표명

2001년 2월 27일 정책 세미나 개최

2001년 3월 3일 정철흠 임시의장 선임

2001년 3월 24일 정기총회 무산

2001년 3월 30일 정기총회 예정(44개 업체)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