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디오로 불리는 DVD를 주목하라.」
DVD플레이어가 우리나라의 차세대 수출 유망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DVD플레이어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국산 제품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한국이 종주국인 일본을 제치고 수년내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DVD플레이어 시장이 97년 이후 연평균 20% 이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산 제품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어 연말쯤이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선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으로 보여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세계 시장 석권 눈앞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를 필두로 이트로닉스·아남전자·태광산업 등 AV업체들과 벤처기업들이 지난 수년동안 DVD플레이어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대다수 업체들이 지난해 당초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출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각각 300만대와 250만대를 수출하면서 당초 수립했던 목표치를 각각 100만대씩 초과 달성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세계 DVD플레이어 시장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수출목표를 각각 최대 500만대씩 책정해 놓고 있으며 대우전자도 50만대 이상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어 가전 3사의 물량만 합쳐도 올해 우리나라의 DVD플레이어 수출물량이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세계 DVD플레이어 시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미·유럽·중국·일본 등 전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해 지난해의 1600만∼1800만대보다 1000만대 정도 늘어난 2600만∼280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가전 3사만 올 수출 목표치를 달성하더라도 국산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5%선을 넘어 40%선에 근접하는 등 세계 시장 석권에 한발 바짝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현황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 전년보다 3배 정도 증가한 300만대를 수출함으로써 세계 시장 점유율을 16%까지 높이면서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세계 3대 업체로 발돋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수출목표를 400만∼500만대로 늘려잡고 DVD콤보·DVD리코더·게임DVD 등 고부가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주요 수출시장을 중심으로 마케팅 및 유통망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 20%선까지 끌어올려 빅3체제를 굳혀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유럽에 이어 신흥 유망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함으로써 전년보다 무려 5배 많은 250만대를 수출한 여세를 몰아 올해도 수출목표를 최대 500만대로 늘려 세계 3대 업체로 도약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올해부터 가격중심의 경쟁에서 탈피해 리시버복합형 DVD·휴대형DVD·DVD리코더 등 고부가 신제품을 대거 출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대우전자도 DVD플레이어의 핵심부품인 광픽업과 로더를 자체 개발한 것을 계기로 모델을 다양화해 유럽과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 올해 50만대 이상을 수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가전 3사 못지않게 이트로닉스·아남전자·태광산업 등 오디오 전문업체들도 국산 DVD플레이어의 세계 시장 석권에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외에도 TTC를 비롯해 한단정보통신·대성엘텍·현대디지탈테크·ADT·시스컴 등 국내 벤처기업들은 DVD플레이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응용제품을 개발, 나름대로 수출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빅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며 『비록 지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주문량이 50%를 상회하고 있지만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만 좀 더 뒷받침된다면 조만간 자체브랜드로도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한판승부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재패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DVD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이다. 국내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해외 시장에서 DVD 붐을 일으킨 일본 업체들은 소니·파이오니어·도시바 등 빅3가 주축이 돼 사실상 세계 시장을 석권해왔다. 따라서 일본의 벽을 뛰어넘기란 사실상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단적으로 증명하듯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은 유럽·북미·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일본 업체들의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세계 시장 석권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 본토를 직접 공략하고 나서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일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선 세계 3대 DVD플레이어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 일본 본토에서 이들 업체와 당당히 겨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월부터 자체브랜드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야마타전기·베스트전기·요도바시 등 일본내 유명 가전 양판체인점을 통해 월 1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거둬 일본 업체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역시 지난해 6월부터 삼성재팬을 통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삼성전자도 일본 전역에 1000여개의 대형 렌털체인망을 보유한 쓰다야에 납품한 것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고 고지마·조신 등 일본내 주요 대형 유통 거래처를 중심으로 판로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해 일본 전체 수요의 10∼15%을 점유할 계획인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목표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은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지금처럼 시장규모를 키워나가는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와 전망 =국산 DVD플레이어 수출이 큰 폭을 증가하면서 수출유망품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첨단 고부가 제품을 조기에 상품화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DVD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들이 자사에 유리한 조건의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하고 나서 원천기술이 미약한 국내 업체들은 막대한 로열티 부담으로 수익성 확보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현재 DVD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라이선스 그룹은 필립스·소니·파이오니어 진영과 도시바·히타치·마쓰시타·JVC·미쓰비시·타임워너 진영, 톰슨이 이끄는 진영 등 크게 3개 그룹으로 구분된다. 국내 업체들도 응용특허 부문에 일부 참여
하고 있으나 핵심 특허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특허 보유 기업들이 모두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설 경우 현재 국내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로열티는 대당 무려 12∼1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로열티 부담이 지속적으로 10%를 상회할 경우 국내 업체들은 성장은커녕 사업유지도 힘들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천기술 보유 기업들이 시장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로열티 인하를 거부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제, 『하지만 앞으로 차세대 DVD 표준규격 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자체 특허기술을 내세워 로열티 부담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로열티 문제와 함께 높은 성장세만큼이나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수출가격도 국내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500∼600달러대를 호가하던 DVD플레이어 가격이 최근 들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0∼300달러대로 떨어졌으며 조만간 100달러 진입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세계 톱 메이커로 부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량을 늘리기 위한 과열경쟁만큼은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중저가 제품 중심의 수출에서 탈피해 고부가 제품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내수기반이 취약하다는 점도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점이다. 올들어 DVD플레이어 업체들이 DVD타이틀 업체들과 공동으로 국내 DVD 붐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어 내수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지만 업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