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찌푸렸던 국내 D램 반도체업체 관계자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비쳤다.
이달 들어 미약하나마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D램 반도체 경기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4일 히로시마 일대를 강타한 지진은 현지의 D램 공장의 생산에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돼 시황을 급속도로 호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승세를 탄 D램 가격=국제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64Mb(8M×8) PC100 SD램의 가격은 지난 6일 2.13달러(최고가 기준)에서 9일 2.18달러, 3월 22일 2.28달러로 꾸준히 상승해 보름동안 7% 넘게 올랐다. 128Mb(8M×16) PC100 SD램도 7일 4달러에서 9일 4.10달러, 22일 4.30달러로 7.5% 상승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64Mb 제품이 2.30달러로 전날보다 0.14%, 128Mb 제품은 4.45달러로 3.69%나 올라 D램 업계를 잔뜩 흥분시켰다.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만 놓고 보면 64Mb 제품의 가격 상승률은 7.98%, 128Mb 제품은 11.25%에 이른다.
업계는 특히 D램 값이 이 기간 동안 한번의 하락도 없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바닥다지기를 거의 끝내고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이해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D램 생산라인을 플래시메모리로 전환한 데다 가격 하락으로 인한 기본 메모리 수요 증가로 인해 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D램 업체들은 밀어내기로 D램 재고를 거의 소진한 PC업체들로부터 최근 신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메릴린치증권도 이달들어 현물 가격이 안정화하고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달을 고비로 D램 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진 사태=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본 히로시마현의 지진 사태는 D램 시황을 더욱 호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NEC의 히로시마 공장은 이번 지진으로 사실상 열흘 정도의 조업 중단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의 생산량은 128Mb 기준으로 월 530만개다. 전체 D램 생산량의 2%도 안되며 주로 램버스 D램만을 생산해 이번 지진으로 전체 D램 수급구조는 별 다른 변화가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렇지만 업계는 NEC의 조업 중단이 D램 시장에 심리적으로 가수요를 불러일으켜 전반적인 D램 가격의 상승에 촉매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지역에 있는 샤프의 후쿠야아 공장(플래시메모리, 마스크롬 생산)은 지닌 피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히로시마현 인근의 에히메현에 있는 미쓰비시전기의 시스템IC공장은 지반이 약한 매립지에 세운 공장으로 1개월 이상의 가동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D램 시황의 호전은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적잖은 호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NEC와 함께 PC용 램버스 D램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이번 히로시마 지진 사태로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전자 역시 D램 시황이 호전되면서 경영난의 조기 극복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다. 현대전자는 애초 이달 말께에도 시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감산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다소 여유가 생긴 셈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수급 상황 자체만 놓고 보면 여전히 공급과잉이어서 D램 경기가 완전히 바닥권을 지났다고 판단하기 힘드나 일단 최악의 상황에서는 비켜간다는 느낌』이라며 『이번주의 가격 동향을 보면 본격적인 가격 상승 시점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