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여파, 과기정책 어떻게 바뀔까

정치인으로 그동안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등에서 예리한 질문으로 과학기술행정을 비판해온 개혁성향의 김영환 의원이 신임 과기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향후 과학기술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과기행정을 강하게 비판해온 그가 과기행정의 중심에 서게 됨으로써 과학기술 전반에 강한 개혁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장관은 취임일성으로 『과학기술입국 없이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며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학기술정책 및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과학기술정책을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어려운 여건에서도 미래 발전을 위한 씨앗을 뿌리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외형적으로는 임명권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과학기술관을 실행한 전임 서정욱 장관의 정책과 일관성이 있어 보이지만 그를 아는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은 국민의 정부출범 초부터 제기돼온 과학기술투자 효율성제고 문제해결을 위한 과감한 개혁이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장관은 27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마디로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과학기술자들은 물론 과기부 공무원들도 현재의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되어야 한다는 긴장된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국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고 투자효율성 제고없이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한 만큼 연구과제 선정부터 결과까지 철저한 평가제를 도입해 경쟁력없는 연구과제는 과감히 탈락시키는 변화를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이미 그가 지난 5년여간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상임위 활동이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한 사항들을 일관성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과학기술계가 긴장하고 있다.

김 장관은 16대 국회 첫 과기부 국정감사에서 『선도기술개발사업의 후속사업으로 추진되는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이 추진 우선사업 선정 등의 과정에서 민간 기획추진위와 사업별 평가위 등 산학연 전문가를 배제하고 독단적 결정으로 일관했다』며 투명성 확보대책을 추궁했었다.

그런가 하면 국가 주요 연구개발사업이 부처간 중복·불균형투자로 효율성이 낮다고 수치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해 당시 과기부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김 장관은 99년도 주요 기술별 국가연구개발 예산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보·전자·통신을 비롯한 5개 주요 기술분야투자에 무려 34개 부서가 간여해 1개 기술분야당 평균 6.8개 부서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중복투자가 기술분야의 균형적 발전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따라 어떤 형태로든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중복투자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사실 현재의 연구과제 중도탈락률이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것 아니냐』는 말로 기존 연구과제에 대하 과감한 중단도 시사했다.

김 장관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약속한 과학기술자들의 사기진작과 관련,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연구예산 집중이나 처우개선이 우선인지, 과학기술부에서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우선인지를 면밀히 검토한 후 과기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고 말해 상당부분 과기부 및 연구계에 대한 개혁이 뒤따를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총체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과학기술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취임초 업무보고를 장관실에서 받던 관행을 깨고 국·실을 돌며 현장에서 질의응답을 벌이는 등 파격을 보이고 있는 등 벌써부터 과기부내에 긴장의 숨소리가 퍼져 나오고 있다.

정치인의 시각에서 오랫동안 과학기술행정의 문제점을 칼날같이 비판해 온 그가 과기행정의 수장으로서, 준비된 과기부 장관으로서 총체적 변화요구 걸맞은 과기계의 개혁을 선도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