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워크스테이션(WS) 시장은 유닉스와 윈도NT 운용체계간 경쟁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유닉스 기반 WS이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 지난 99년 말부터 윈도NT 기반의 WS이 급성장했고 그 결과 WS시장 전체가 크게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WS시장은 지난 99년에 비해 40%에 달하는 고성장을 이룬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는 약 2150억원에 달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급성장은 윈도NT 기반 WS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윈도NT WS은 초기에는 유닉스 WS과 시장 점유율면에서 큰 격차를 보였지만 점차 그 간격을 좁힌 끝에 지난해에는 오히려 윈도NT 계열이 유닉스를 추월했다. 윈도NT WS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5%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업체들도 최근에는 유닉스 WS보다는 윈도NT WS을 앞세워 특화된 그래픽과 캐드캠(CAD/CAM) 시장, 통신 및 미디어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영업 면에서도 유닉스보다는 윈도NT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홍보 및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WS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유닉스에서 윈도NT로의 중심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올해들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한해 WS시장의 주요 화두는 역시 윈도NT의 득세다. 기존의 유닉스 WS 사용자들도 빠르게 윈도NT WS으로 방향을 바꿀 정도로 윈도NT의 영향력은 커가는 반면 유닉스는 예년의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유닉스 WS이 예년과 같은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답보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대비 성능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윈도NT WS의 성능향상은 급속도로 이뤄졌다. 윈도NT WS이 가격·성능면에서 모두 유닉스 WS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것이 현 시장의 역전 구도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또한 과거 유닉스용으로만 공급되던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이 거의 다 윈도NT버전으로 개발된 것도 사용자들이 윈도NT WS에 눈을 돌리게 된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윈도NT WS의 부상 못지않게 인텔의 아이태니엄(IA-64) 프로세서 또한 올해 WS시장의 주요 화제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고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아이태니엄은 유닉스와 윈도NT는 물론 리눅스 운용체계까지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이를 장착한 WS이 양산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이태니엄은 올해 WS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응용 소프트웨어의 부족과 시장성에 대한 의문으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리눅스 기반 WS의 성공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아직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리눅스 WS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그간 리눅스가 PC 운용체계에서 약진한 것을 볼 때 WS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체별로는 한국썬·삼성전자·한국HP·한국델·한국IBM·SGI코리아 등이 WS시장을 놓고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이상헌)는 64비트 WS인 「썬블레이드 100」으로 국내 WS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썬은 이 제품을 1000달러 미만에 공급해 성능은 물론 가격면에서도 타사에 비해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인텔 64비트 차세대 CPU인 아이태니엄을 장착한 WS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용체계인 윈도XP에 기반해 개발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의 개발이 완료되면 NT기반이면서도 유닉스 WS에 못지 않는 성능을 구현하는 WS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델컴퓨터(대표 김태술)는 DCC(Digital Content Creation)시장의 급성장에 주목하는 한편 MAD(기계적인 컴퓨터 기반 디자인)시장의 공략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올해 프로세서 및 3D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성능이 대폭 향상된 퍼스널 워크스테이션 신제품을 출시해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한국HP(대표 최준근)·한국IBM(대표 신재철)·SGI코리아(대표 김용대) 등도 저마다 주력 WS 제품을 앞세워 한치의 양보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