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서버 시장 매출규모는 600억달러로 전년의 560억달러보다 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서버 시장도 큰폭으로 성장해 지난해 2조원을 돌파했다. 99년 1조2200억원대를 기록했던 국내 서버 시장은 불과 1년 만에 2조원을 넘어 2조1000억원 시장을 형성했다. 이 같은 성장은 무엇보다 닷컴 기업의 성장으로 인해 새로운 서버 시장이 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PC 서버는 99년보다 3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따라 PC 서버가 주류를 이루는 리눅스 서버의 성장도 괄목할 만했다.
업계에서는 작년 PC 서버 시장의 30% 정도를 리눅스 서버가 차지했다고 평가한다. 윈도NT나 유닉스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오픈 소스라는 장점을 가진 리눅스 서버는 저가 서버와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역으로 표현하면 리눅스 서버는 웹 서버, 웹 호스팅과 같은 인터넷 서버에 편중돼 전체적 시장 입지는 아직까지 약한 편이다.
리눅스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한국IBM이다. 현재 리눅스협의회장이 한국IBM의 신재철 사장이라는 사실이 리눅스 지원 의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한국IBM은 과거 유닉스가 서버 시장에서 부상할 때 메인프레임을 고집하다 시장을 후발 업체에 뺏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메인프레임 S/390에 리눅스를 운용체계로 도입했으며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IBM 서버에 리눅스를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한국IBM의 관계자는 『서버 관련 신기술을 전 서버 제품에 공유함으로써 분산돼 있던 서버 제품들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IBM의 기본 전략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운용체계의 통합이 필요하다. 우리는 통합 운용체계를 리눅스로 할 것이며 이 작업은 향후 5년 정도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SGI코리아도 강점을 갖고 있는 PC 서버 시장 진출을 위해 리눅스를 필두에 내세우고 있다. SGI의 IA32 서버군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클러스터링 솔루션인 SGI ACE(Advanced Clustering Environment)를 기본으로 제공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인터넷 벤처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생명정보학 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SGI 게놈 클러스터링 등 서버를 클러스터링으로 구성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HP는 아직 정확한 리눅스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리눅스에 대한 시장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리눅스에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들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유닉스와 윈도2000 계열의 서버에 집중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국내 리눅스 서버 업체들도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리눅스 서버 업체로는 리눅스원,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 리눅스인터내셔널, 두리네트워크, 씨네티아정보통신, 유니컴네트, 유니워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업체들은 주로 중저가형 시장을 목표로 한 리눅스 서버 공급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CPU 칩을 각각 4개와 8개 장착한 4웨이(way) 및 8웨이 제품을 출시하고, 대용량 트랜잭션 처리가 가능한 고급형 서버 시장 공략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닷컴 기업들의 인프라 구축이 활기를 띠면서 인터넷 기업들을 대상으로 리눅스 서버 매출이 급증했다. 닷컴 기업이 데이터를 호스팅하는 IDC도 리눅스 서버업체들의 주 공략 대상이다. 국내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도 눈길을 돌렸고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작년 말부터 닷컴 기업이 불황의 늪에 빠져들면서 수요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지 않으면 리눅스 서버 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리눅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리눅스의 시장 점유율이 대수와 매출 기준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판매 대수 기준으로 작년 세계 시장에서 리눅스 서버의 비율이 99년보다 2% 늘어난 27%라고 밝혔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41%에는 뒤처지고 있지만 넷웨어의 17%나 유닉스의 1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반면 리눅스 서버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아직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리눅스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하면 하드웨어 매출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DB)와 애플리케이션 등 부가서비스 매출이 증가하게 된다. 올해 초 엔터프라이즈급 서버에서 활용될 수 있는 커널 2.4가 발표됐지만 아직 커널 2.4 기반의 리눅스는 수세리눅스 이외에는 나오고 있지 않다.
◆어플라이언스 서버「뜬다」
작년 닷컴 기업의 열풍이 불면서 인터넷 서버 시장을 주로 공략한 리눅스 서버 업체들의 올해 화두는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다.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는 전문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특정 용도의 소프트웨어를 서버에 최적화해 탑재한 제품을 말한다. 전용 운용체계(OS)나 윈도NT 등 범용 OS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 예를 들어 캐싱, 시큐리티, 빌링, 로드밸런싱 등 분야의 어플라이런스를 생각해볼 수 있으나 현재는 캐싱 서버가 일반화돼 사용되고 있다.
국내 리눅스 업체들이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에 주력하는 이유는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작년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했던 닷컴 기업들이 불황을 겪으면서 인터넷 서버에 대한 신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아직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작년 인터넷 서버 시장에 많은 업체가 뛰어들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해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
특히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는 용도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토털 솔루션 제품으로 인터넷 서버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소스 코드가 공개된 리눅스의 특성상 어플라이언스 서버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쉽다.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는 신텔정보통신과 제휴해 리눅스 기반의 캐싱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사진>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해 인터넷서비스프로바이더(ISP)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 보안전문업체인 리눅스시큐리티와 제휴해 보안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도 출시할 계획이다.
리눅스인터내셔널은 보안제국, 리눅스시큐리티, 윈스테크넷 등 3사와 제휴해 중소기업전용 통합보안 솔루션 패키지를 선보인 데 이어 4종의 캐시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를 계속 출시할 예정이다. 또 정전에 대비, 복구기능을 강화한 인터넷 접속 서버와 유해사이트 차단 서버도 개발하고 있다. 리눅스인터내셔널은 전산관리자가 부족한 중소기업과 학교 등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는 한편, 제품 유통을 위해 대리점도 모집할 예정이다.
씨네티아정보통신도 보안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를 준비중이다. 이 제품은 속도와 하드웨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보안 모듈을 임베디드화할 방침이다. 리눅스원도 캐시 전문업체인 잉크토미코리아와 제휴, 캐시 전용 어플라이언스 서버를 선보이고 있다.
◆리눅스의 새희망 「커널 2.4」
리눅스 서버의 미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쥐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은 규모가 크고 제품당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 그동안 리눅스는 자체적인 한계 때문에 엔터프라이즈급으로 사용되기 어려웠지만 지난 1월 5일 발표된 커널 2.4로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을 밝게 만들고 있다.
이전 버전인 커널 2.2에서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수는 최대 1024개였지만 커널 2.4에서는 그러한 제한이 없다. 따라서 한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용자 수가 무제한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 대용량 처리가 필수적인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도 리눅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커널 2.4는 플러그&플레이와 유니버설시리얼버스(USB), 표준VGA 등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었다. CPU에 대한 지원도 크게 향상돼 최대 8개 CPU까지 안정적으로 지원한다. 인텔의 64비트 CPU인 IA64와 IBM의 메인프레임 S/390에 대한 지원도 추가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리눅스 업체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리눅스월드엑스포에서는 수세리눅스가 업계 최초로 커널 2.4 기반의 배포판을 출시했고 델컴퓨터, 컴팩, HP, IBM 등 대형 서버 업체들도 이를 적용한 서버를 출품했다.
국내 업체 중 수세리눅스코리아는 지난 26일 커널 2.4 기반의 수세리눅스 7.1K를 출시했다. 그 뒤를 이어 한컴리눅스도 4월중에 커널 2.4 기반의 한컴리눅스 1.5를 출시할 예정이다.
리눅스 서버 업체 중에서는 리눅스원이 자사의 대용량 웹메일 솔루션인 호박웹메일에 커널 2.4를 통합할 계획이며 리눅스코리아도 자사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을 커널 2.4로 업그레이드해 올해 대기업, 금융권 등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할 방침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