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장관 책임느껴야...신임장관에게 바라는 과학기술계 목소리

개혁성향이 강한 정치인 출신의 김영환 의원이 신임 과기부 장관으로 발탁되자 벌써부터 취임의 변과 과학기술에 대한 마인드를 둘러싸고 대덕연구단지 연구원들간의 입방아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그동안 정부가 대덕연구단지를 정부 조직의 일부분으로 보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흔들어 놓았던 만큼 신임 장관이 의지를 갖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이후 정부가 시키는대로 구조조정은 다 이루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인데 여전히 정부는 경영혁신이니 뭐니 해가며 출연연을 흔들고 있습니다. 노동법에도 맞지 않는 경영혁신을 추진하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출연연 기관장인 J박사의 말이다. 그는 이제 과학기술계를 살리려면 신임 과기부 장관이 앞장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책임연구원인 P박사는 신임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피부로 전달될 수 있는 단기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CDMA기술을 개발해 1억달러에 달하는 기술료 분배금 수익을 올렸지만 현재의 출연연 풍토나 구조조정만을 능사로 아는 정부의 압력에 제2의 CDMA같은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연구개발성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고 『연구원들의 현장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표준연의 L책임연구원은 『정부의 투명한 정책도 좋지만 과제수주를 위해 6개월동안 100번 이상 서울을 다녀오느라 연구는 뒷전이고 과제수주에 혈안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연구원들의 처우개선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두고 볼 일이며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개선보다는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학연의 K과장은 『정부의 구조조정에 따라 과학계도 지속적으로 시달려 왔다. 특히 92년 시작된 연구단지 손대기는 연구기관의 통폐합과 옥상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사회 설립 등 과기계의 족적에 커다란 오점을 남겨왔다. 현 정부도 4대부문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미명하에 일부 기능의 민영화, 연구성과중심제인 PBS확산, 연구원창업 등으로 연구단지의 기능을 왜곡해 온 만큼 신임 장관이 이를 바로잡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K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과제선정 등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한국과학재단의 기능을 재정비해 연구를 위한 연구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J교수는 『정치인인 신임 장관이 경제논리와 정치논리에 밀려 단기적인 투자효과를 나타내는 연구사업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미는 경기부양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과학기술계의 일반적인 정서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박사과정 C씨는 『과기부, 정통부, 산자부, 교육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산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바람에 표지만 바뀌는 연구제안서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신임 장관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간사역할을 제대로 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삼성종기원의 Y박사는 『21세기 프론티어연구사업, 국가지정연구실사업 등 정부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가연구사업의 연구과제 선정과 방향 등을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경제회복을 위해 기존 기업연구소와 벤처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학기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