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을 전자상거래(EC)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다면 고객 호응도는 얼마나 될까.」
요즘 유통업계에선 편의점을 EC 물류센터로 재구축하는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LG유통(대표 강말길)과 보광훼미리마트(대표 오광렬), 동양마트(대표 박용규) 등 국내 편의점 3사가 「e-CVS NET」이라는 EC 물류서비스 전문업체를 설립한데 이어 국내 1위 업체인 롯데 세븐일레븐도 다음달 롯데닷컴과 손잡고 대대적인 EC 물류센터를 추진키로 했다. e-CVS NET에 지분 참여중인 편의점 3사의 전국 점포망을 합치면 1600여개.
이에 질세라 세븐일레븐도 계열사인 롯데리아를 끌어 들여 총 점포수 1400여개에 육박하는 점진적인 확대에 나설 예정이어서 온라인과 접목하기 위한 소위 「클릭앤모타르」 전략에서도 유통업체들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유통점포의 EC 물류거점전략은 그 효과를 놓고 벌써부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업모델을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올려 보기도 전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게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회의론 = 부정적인 시각의 가장 대표적인 근거는 고객편리성이다. 정확한 상품배달 시각 등 기존 택배서비스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특정 EC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지만 여전히 편의점까지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없는 것이다. 편의점의 협소한 매장공간도 점주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매장활용도를 이미 극대화한 마당에 EC 배송상품이 불규칙적으로 쏟아질 때 시의적절하게 대처할만한 물리적 공간확보가 문제점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통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3사간 제휴를 통한 물류체계 확대에 최대 역점을 두었다』면서 『그러나 EC 고객들의 호응은 여전히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특히 당장 현실적으로 대두할 수 있는 장애물은 정보시스템 구축과 대형 택배사와의 연계 문제다. 롯데 관계자는 『이미 지난 1년동안 서울지역 세븐일레븐 5개 점포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정보시스템 구축이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면서 『편의점의 POS 단말기와 관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불특정다수를 위해 설계된 편의점의 기존 유통정보시스템으로는 「특정 고객을 위한」 물류정보를 수록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대형 택배사와의 연계를 통해 편의점주나 고객 모두에게 배송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제공해야 하는 점도 숙제다.
◇긍정론 = 업계는 편의점의 EC 물류기지화 전략이 무엇보다 맞벌이부부 등 EC 주수요층을 겨냥한 서비스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어차피 EC 고객층은 바쁜 생활에 쫓기는 만큼 자신들이 편리한 시간대에 인근 매장에서 언제나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신속한 반품·교체 등 고객들이 여전히 EC를 꺼리는 요인을 해소함으로써 쇼핑몰 사업자들에게도 득이 된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잠재고객들의 잦은 매장방문을 유도함으로써 매출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보관수수료도 챙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롯데닷컴 강현구 이사는 『당장은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결국 사업주체인 쇼핑몰사업자나 편의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공조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전망 = 일단 참여업체들은 눈앞의 실익보다는 미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편의점 매장수 확대와 EC 시장성숙이 맞물린다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롯데정보통신 김창보 차장은 『편의점 등 생활주변의 유통매장을 온라인과 접목한 종합적인 대소매 마케팅채널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면밀한 사전조사를 통해 점포선정 및 시스템구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성공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