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트랙레코더>(9)연앤벤처투자 이상진 이사

대우통신에서 중대형컴퓨터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엔지니어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 스스로를 공돌이(?) 출신이라고 말하는 연앤벤처투자의 이상진 이사(36)는 단순히 대학 전공에 머무르고 있는 다른 엔지니어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와는 달리 산업현장 실무를 겸비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지난 94년 대우통신이 중대형컴퓨터 프로젝트를 중단하지만 않았더라도 이 이사의 벤처캐피털업계 입문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젝트 중단 후 HP와 KTB네트워크 두 회사로의 진로를 고민하던 이 이사는 벤처캐피털리스트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고 벤처캐피털리스트 생활을 시작한 지 8년째,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펀드까지 결성하게 됐다.

이 이사는 지난 94년 KTB네트워크의 전자팀에서 심사역으로 벤처캐피털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전자팀에는 전일선 전 미래에셋VC 사장, 연병선 연앤벤처투자 사장, 이윤식 CKD창투 사장, 박훈 KTB네트워크 이사, 정성인 인터베스트 사장, 하정률 미디어링크 사장, 이종승 동원창투 이사, 전대엽 아주기술투자 이사 등 화려한 멤버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 시간은 훌륭한 선배들로부터 벤처투자에 대한 원칙과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었던 행운의 기간이었다』고 이 이사는 말한다.

이후 KTB네트워크가 강남지점을 열면서 오픈멤버로 참여했고 지난 99년에는 안재홍·연병선씨와 함께 한국IT벤처투자 설립멤버로 참여하게 됐으며 지난해 연병선 사장 등과 함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3개 회사를 거치는 7년 동안 이 이사는 연복리(IRR) 136%의 한국내 최고 투자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기간에 직접 투자보고서를 작성한 기업으로는 미래산업·메디슨·카스·디지탈임팩트·한아시스템·핸디소프트·하이퍼정보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핸디소프트의 경우 22억800만원을 투자해 209억3200만원을 회수했으며, 한아시스템은 15억5000만원을 투자해 572억70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후에도 미디어링크·연우엔지니어링·한백·이썸테크 등 30여개의 우수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이다.

『벤처캐피털은 좋은 기업을 선택하는 개념이 아니라 키우는 개념이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벤처캐피털은 1차산업, 즉 농부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노력과 애정을 함께 갖고 가야 합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모집한 80억원의 첫 펀드 운영에 들어간 벤처캐피털리스트 이상진 이사의 가을걷이가 기대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