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워크아웃은 영원한 워크아웃인가.」
일부 워크아웃 기업들이 미래 생존전략으로 꼽히고 있는 e비즈니스 투자를 제때 하지 않아 2, 3년 후 워크아웃 상황에서 탈피하더라도 경쟁력 상실로 인해 또 다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워크아웃 기업의 첫번째 경영목표가 비용절감을 통한 채무청산이란 점에서 비롯된다. 신규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 IT분야 투자는 당분간 보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위탁CEO를 포함한 채권단의 입장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워크아웃 기업들의 향후 경쟁력확보를 위한 e비즈니스 투자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모든 것을 채권단에 일임한 이상 투자를 강제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채권단이 IT투자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한 미래경쟁력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워크아웃 기업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새한·신원·고합 등 e비즈니스를 통해 회생을 꿈꾸는 워크아웃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새한은 올초 디지털경영 강화를 위해 기존의 정보시스템을 한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한의 e비즈니스 담당자는 『올해 IT예산은 기존 시스템 운영비로도 충분하지 못한 9억원에 불과하다』며 『연초 디지털경영 목표에 따른 e비즈니스 프로젝트 추진은 워크아웃이 끝나는 3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합 역시 e비즈니스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나 IT투자비는 오히려 전년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어 IT인프라 구축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98년 말 워크아웃에 돌입한 의류제조업체인 신원도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패션전문기업을 지향하는 채권단과의 의견상충으로 IT인프라 구축에 애를 먹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 어느때보다 의류제조업체들의 e기업 체질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쇼핑몰 구축계획만 잡혀 있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경우 신원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워크아웃 기업의 한 e비즈니스 담당자는 『지금부터 e비즈니스를 준비하지 못하면 워크아웃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결국 생존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알지만 IT에 대한 채권단 CEO들의 이해가 전무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반해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IT투자를 늦추지 않았던 건설자재업체 벽산의 사례는 눈여겨 볼 만하다. 벽산은 올해 20억원 이상의 IT예산을 확보하는 등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인트라넷 환경구축, 그룹웨어 도입 등 전산환경 개선에 주력해 올해 말까지 워크아웃을 탈피할 수 있는 경쟁기반을 마련했다.
김성기 벽산 자금팀장은 『CEO가 채권단과 노동조합 등에 IT투자가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인지시켰기 때문에 IT환경의 질적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최근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의 도입을 제안해 IT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한 고위 임원은 『IT에 대한 투자는 사무용품 구매비용 등 비용절감효과와 더불어 업무 프로세스 혁신도 가져왔다』며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e비즈니스 중장기 전략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경영상태에 상관없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