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케이블TV 대담 프로그램 달라졌다

『샹송은 향수를 자극하는 서정적인 멜로디뿐만 아니라 시에 가까운 아름다운 가사로 듣는 이를 매료시킵니다.』 『아다모나 조르주 무스타키처럼 다양한 국적의 샹송 가수들이 공존한다는 사실도 또다른 매력이죠.』

프랑스 센 강변의 어느 전망좋은 카페에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시인들이 멋드러진 샹송을 들으며 나눌 법한 대화지만 뜻밖에도 그렇지 않다. 매주 화요일 밤 방송대학 TV가 선보이는 「프랑스 문화살롱」은 말 그대로 파리나 몽마르트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살롱을 케이블 채널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이 프로그램은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유지나 교수가 프랑스 문화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 형식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딱딱한 기존의 틀을 과감히 탈피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 중간에 에디트 피아프나 이브 몽탕이 화제에 오르면 이내 스튜디오에 그들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자주 접하기 어려운 샹송 뮤직 비디오를 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늦은 밤 TV채널을 돌리다 마주치게 되는 대담이나 토크 프로그램은 시사나 경제 문제에 치우쳐 있어 무겁거나 연예인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춘 탓에 지나치게 가볍기 일쑤다.

케이블 채널들이 다양한 내용과 신선한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기로 한 것도 바로 이같은 식상함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SBS 앵커에서 프리랜서 MC로, 또 홍보대행사 사장으로 거듭 변신을 시도해 화제를 뿌렸던 정미홍씨는 여성 채널인 SDNTV의 「정미홍의 선택 인터뷰」를 통해 숨가쁜 삶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영화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로 1회 테이프를 끊은 이후 주철환·양희은·홍세화·한영애 등 사회 각 분야의 명사들이 그녀의 사랑방에 들러 살아가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눴다.

저녁 식탁에서 오가는 담소는 어떨까. 「명사들의 밥상머리 대화」라는 전혀 새로운 틀을 도입해 잔잔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채널F의 「거인들의 저녁식사」는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하던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영화 「하얀전쟁」의 정지영 감독과 배우 안성기, 국악인 김덕수와 김영임, 가수 조영남과 국회의원 김홍신.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주 즐기는 음식을 앞에 두고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는 구수한 된장 냄새를 풍긴다.

소박한 삶의 향기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적인 정보를 전해주는 이야기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매일경제TV의 「전성철의 시사토크」 「정운갑의 집중분석」, YTN의 「이병혜의 집중분석」 등은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깊이있는 터치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아예 매일 다른 테마를 채택한 이채널의 「모인의 게임의 법칙」 「김재언의 인터넷세상」 등은 각 분야의 전문가와 그 전문가를 뛰어넘는 지식을 겸비한 사회자가 만나 정보 이상의 유용함을 전한다.

매일경제TV의 김창민 팀장은 『지상파 채널의 대담 프로그램이 한정된 소재에 머물고 있는 데 반해 케이블 채널의 토크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며 『분야도 가지각색이어서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