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창업 열풍이 식지 않은 가운데 이들 창업교수의 수업부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교수들의 무분별한 창업과 산학활동으로 인해 강의가 부실해지는 등 순수학문의 장이 돼야 할 상아탑이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벤처 열기가 식어가면서 창업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많은 교수들이 창업을 시도하고 있어 일부 대학의 경우 신학기 초부터 강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I대 경영학과 K씨(24)는 『학기가 시작된 지 3주가 돼가지만 몇몇 과목 교수들이 개인적인 일로 자주 휴강하고 있다. 때론 조교가 들어와서 대충 실습으로 수업을 때우기 일쑤』라고 최근의 실태를 지적했다.
같은 대학 기계공학부 4학년 K씨도 『교수는 물론 조교도 교수창업 및 산학활동 때문에 휴강이 잦다』며 『심지어 보충강의일에도 교수가 갑작스런 약속을 이유로 휴강을 해 학생들이 우롱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수가 필요한 연구자료를 학생들에게 과제로 떠맡기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한다.
K대 전파공학과 P씨(27)는 『교수가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자료를 과제로 내줄 때가 있다』며 『본연의 위치를 망각한 행동에 대해 상당히 언짢다』고 털어놨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온 S대 재료공학과 K씨(26)는 『미국에서는 교수의 휴강같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휴강을 한 교수는 제재를 받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휴강이 당연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인식이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 교수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A 교수는 『학교에서 교수들을 차등화해 연구비를 지급하는데 그런 학교의 지원이 본연의 연구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따라서 연구비 확보차원에서 교외 연구활동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교 자체에서 교수들에 대해 논문발표 수, 산학활동 등 몇가지 수치적인 항목을 만들어 등급화해 경쟁을 유발하고 있어서 순수학문 연구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한 관계자는 『미래지향적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을 갖고 교수들의 능력을 수치적으로 평가해 등급화하는 학교와 이를 권장하는 정책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성한 학문의 자유가 있어야 할 상아탑도 경제논리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명예기자=박영철·인하대 autofee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