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국기업>(1)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코리아

국내 전자산업의 성장 뒤켠에는 각종 선진기술과 우수한 제품을 공급해온 외국 반도체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생산기지나 시장을 떠나 대규모 투자로 고용을 창출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전자산업의 발전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아직도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토종기업 못지않게 한국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성장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을 매주 한차례씩 살펴본다.

‘적기공급과 양질의 기술지원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시스템 집적회로(IC) 분야의 선두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코리아(대표 이영수 http://www.st.com)가 내세운 캐치플레이즈다.

이 회사는 지난 87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국내업체들로부터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성실한 기업으로 손꼽혀왔다.

스마트카드 마이크로컨트롤러(MCU), MPEG2 디코더와 디지털 IC, 세트톱박스 IC 등 소비재부품은 물론 자동차나 산업자동화설비에 들어가는 제어부품에 이르기까지 수천종에 달하는 제품을 공급하면서도 일일이 기술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이 회사는 반도체 종합백화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만큼 고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평가다.

이런 평가의 근간에는 임직원들의 남모르는 노력이 숨어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사장이 주요 고객들을 직접 만나 기술적 장점을 설명하고 공급일정을 논의한다. 총경비(오버헤드)를 줄이기 위해 내부 지원파트를 최소화했고 대다수가 자신의 품목을 맡았다. 한마디로 79명의 임직원이 모두 기술자이자 영업사원인 셈이다.

또 주문형반도체(ASIC)에 대한 고객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응용설계실을 마련해 운영중이다. 요구사항이 많고 까다로운 고객에게는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설계해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업체들과의 기술협력도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꽤 큰 몫을 했다.

지금은 중단상태이나 97년에는 대우전자와 공동으로 반도체 설계회사인 대우에스티반도체설계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과도 품목군별로 기술 및 마케팅에 관한 제휴를 맺고 상호 협력체제를 돈독히 해왔다.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외국기업들에 주는 ‘우수공급업체상(Best Supplier Award)’을 받았다.

지난해 이 회사는 5억달러에 달하는 매출실적을 올렸다. 전년 대비 70%의 성장세다. 본사가 78억1000만달러로 세계 7위의 업체로 급부상하고 설립 이후 18.6%에 달하는 평균성장세를 보이는데에는 아시아지역의 거점역할을 한 자신들의 역할이 컸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98년부터 대표를 맡은 이영수 지사장(48)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외국 마케팅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주효한 요인”이라며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공급해 한국기업의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회사현황

-대표이사 : 이영수

-설립연도 : 1987년

-자본금 : 14억5100만원

-임직원수 : 79명

-2000년 매출 : 약 5억달러

-주력품목 : 디스크리트 제품, 표준 ICs, 전용 ICs, 고객주문형 ICs, 설계완제품, 비휘발성(non volatile) 메모리 등

-주요고객 : 삼성전자, 삼성전기, 노키아, LG전자 등

-특기사항 : 고객주문형 제품에 대한 응용설계실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