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B2B) 전자상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e마켓플레이스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떤 e메일 계정(ID)을 쓸까.
이들 e마켓 CEO는 국내는 물론 해외 바이어 등과의 각종 커뮤니케이션을 대부분 e메일로 처리한다. 따라서 많은 CEO들이 자신과 회사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독특한 메일 ID를 이용하는 추세다.
국제간 유휴·재고자산 처리전문 B2B업체인 서플러스글로벌 김정웅 사장은 사내에서 사장님이란 호칭 대신 ‘브루스(Bruce)’로 불린다. 그의 영문 애칭인 셈이다. 김 사장의 메일 ID 역시 ‘brucekim’. 어려운 한국 이름보다는 훨씬 비즈니스 친화적이라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국제간 거래가 활발한 국내 화학 e마켓업체들의 경우 이 같은 형태의 메일 ID가 많다. 켐크로스 차선녕 사장의 ‘chestercha’를 비롯해 인터켐코리아 이강훈 사장의 ‘kahulee’, 폴리머스넷 진양석 사장의 ‘justin’ 등이 자신의 영어식 이름을 메일 ID로 쓰는 대표적 예다.
해당 e마켓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메일 ID도 눈길을 끈다.
축산물 e마켓 미트마트의 송기용 사장 메일 ID는 ‘meat’다. 자사 취급 아이템을 그대로 메일 ID화한 것이다. 독일계 물류 e마켓인 글로맵닷컴의 이주원 한국지사장 ID는 ‘korea’. 외국계 e마켓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웃소싱 전문 e마켓인 이컴정보시스템 이용복 사장은 자신의 이름과 자사명을 혼합해 ‘leecom’이라는 독특한 ID를 작명해 쓰고 있다.
자신이 회사의 대표임을 메일 ID를 통해 과시하는 CEO들도 눈에 띈다. 섬유 e마켓인 텍스콤의 장세열 사장 ID는 ‘president’다. 중고 휴대폰 전문 e마켓인 유즈드바이 권옥식 사장도 같은 ID다. 섬유 e마켓 버티칼코리아의 임흥기 사장 ID는 ‘bigboss’다.
국내 중소업체의 해외 진출을 전문 지원하는 미국인 변호사 다니엘 베런트씨는 “대다수 한국 CEO의 메일 ID는 자신의 이름을 단순히 영문 이니셜로 나열해놔 마치 어려운 암호를 보는 것 같다”며 “보다 글로벌화한 메일 ID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 상품화 시대.’ 이제 CEO가 이용하는 메일 ID 하나도 자사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는 때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