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업체들도 이제 경쟁력있는 시스템으로 승부할 때가 됐다. 더 이상 ’국산 업체이기 때문에…’라는 변명은 국내 시장에서조차 먹혀들지 않는다. 어설픈 품질관리, 적당한 만큼의 고객지원, 주먹구구식 개발로는 세계시장에서 더더욱 설자리가 없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 국내 SW업체들이 갖춰야 할 선진 시스템은 무엇인지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2월 일본·미국에서 판매된 136만여대의 자동차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에도 리콜 때문에 사장이 사임하고 품질관리 인력을 늘리느라 한차례 홍역을 치른 미쓰비시의 이번 리콜에 필요한 비용은 무려 170억엔(약 1700억원)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미지 추락에 따른 판매감소까지 겹쳐 올 3월까지 미쓰비시의 연결결산 적자액은 1400억엔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기업에 있어서 품질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처럼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단기적인 손실이 발생하거나 기업신뢰도 하락으로 시장에서 치명타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인텔·도시바 등도 결함 발생이 그치지 않아 그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세계적인 특송업체인 페덱스, 호텔체인인 리츠칼튼 등은 최고 수준의 품질관리로 불황기에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품질관리는 이제 기업생존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이는 SW업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그동안 품질관리 하면 공산품이나 건설업·통신·백화점 등 일부 서비스 업종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들어 SW업체들도 품질관리에 눈을 뜨고 있다. SW에도 상품 개념이 정착되고 있다는 증거다.
즉 대부분의 SW업체들은 좋은 제품을 제때 내놓기만 하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지속적인 품질관리가 없으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물론 미래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한 경쟁의 요건으로 품질관리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해외기업 및 기관의 경우 국제적인 품질관리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아예 프로젝트 발주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한국정부(정통부) 역시 지난해부터 SW품질인증제도를 시행, 품질관리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버추얼텍의 김욱 이사는 “SW에서 버그없는 완벽한 제품이란 있을 수 없지만 오류 발생정도를 현격하게 줄이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은 어림도 없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선진적인 SW업체의 경우 SW개발에 투입하는 사람이 1명이라면 품질관리는 2명을 배치할 정도로 이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은 품질관리에 대한 인식이 이제 막 생겨나고 있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재까지 ISO9000시리즈 국제인증을 받은 국내 1만4000여개 기업 중 SW업체는 열손가락에 꼽히는 것만 봐도 SW업계의 품질관리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테스트에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가 높은 고품질의 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출시후 발생한 문제점을 사후에 수정하는 방식으로 품질관리에 대응해온 것이 국내 SW업체의 현실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을 겨냥, 제품 테스트를 의뢰하는 업체들의 SW 중 90%가 버그투성이”라며 “품질관리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기업들도 많다”고 전했다.
체계적 품질관리를 선진기업으로 가는 첫번째 관문으로 인식하고 무엇보다 이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 대부분 개발팀이나 디자인팀에 품질관리 업무를 병행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품질관리팀을 별도 조직으로 두고 권한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체계적인 품질관리 방법론을 마련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밖에 품질관리를 하위작업이나 성가신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품질관리에 대한 중요성에 전사적으로 공감하는 인식전환도 시급한 실정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