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끝나는 출연硏기관장들 연구능력 재활용 대책 절실

임기가 끝나는 출연연 기관장들이 개인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출연연 내부규정에 따라 연구기관을 사직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이들의 능력에 맞는 연구인력으로 재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부장이나 소장급 연구원들은 보직에서 해임되면 내규상 연구원으로 발령을 받지만 대다수가 연구직에 복귀하기보다는 이직을 선택, 인력손실이 초래되고 있어 일정기간 보직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일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자로 임기가 끝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의 경우 내부의 임원 관련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퇴직, 개인의 연구능력이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

또 부장이나 소장급은 내규에 따라 보직이 해임될 경우 관련부서의 책임연구원으로 발령을 내고 있으나 대부분 연구원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기보다는 퇴직 또는 이직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실제 ETRI의 무선방송기술연구소 L박사의 경우 2년전 소장직에서 해임돼 무선방송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발령을 냈으나 연구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재 연구와는 거리가 먼 기관으로 이직해 일하고 있다.

ETRI 외에도 항공우주연구원이나 표준과학연구원 등 대부분의 출연연들이 사정은 비슷하다.

표준연의 원장을 거친 J씨의 경우 본인이 연구위원으로 남아 기관에 그동안의 경륜을 통해 기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마땅한 내규가 없는데다 후임 기관장의 리더십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감안, 벤처기업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연구원이 보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개인의 능력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평연구원으로 돌아가 본연의 업무인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선진국의 사례와 같은 연구풍토 조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연구원이 중심이 되는 기관운영에 관한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국내의 연구기관들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갖고 있는데다 학연이나 지연 등에 따른 계파식 편가르기 때문에 능력이 있더라도 보직자가 평연구원으로 일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대학의 교수처럼 보직과 연구원간 수평적인 인적교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풍토의 정착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