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가 자금경색과 수익성의 한계에 부딪혀 1년 가까이 심한 몸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닷컴비즈니스를 놓고 “시기상조다” “회생 불가능하다” 등의 극단적 처방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인터넷은 정보사회로 가는 필수 관문이자 다가오는 신경제의 핵심 엔진이다.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업계가 보다 내실을 다지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약이 될 수 있다. ‘이대로 주저앉느냐, 다시 도약하느냐’의 기로에 선 닷컴업계의 최근 상황과 대안, 발전방향 등을 15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인터넷은 살아 있다!’
지난해 초 절정에 달했던 닷컴바람이 1년이 지난 지금, ‘닷컴 소멸’로 바뀌었지만 한국의 닷컴산업은 분명히 살아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업체들이 뒷전으로 사라졌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들고 무대를 찾는 창업 행렬은 지금 이 시간도 계속되고 있다. 벤처캐피털 등 자본가들 역시 닷컴무대를 외면하고 있지만 맨파워와 수익모델이 탄탄한 유망 BM에 대한 자금 유입은 여전하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역시 제조업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지만 닷컴 가능성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며 오프라인의 최대 화두 역시 아직은 온라인화다.
닷컴업계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닷컴’이라는 꼬리표가 이젠 오히려 부담이 돼버렸지만 어떻게든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비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으며 구조조정과 조직 재배치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엔 방만하게 운용돼온 사이트를 통폐합하는 것도 업계의 새로운 흐름이다.
그런가 하면 외부적으로 시너지 창출과 위기 극복을 위해 관련업체와의 인수합병(M&A)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외국 닷컴업체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온라인만으로는 더이상 수익모델 창출에 한계가 많다고 판단, 적극적인 오프라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화학적 접목을 시도하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역사는 짧지만 닷컴산업이 아직은 살아 있으며 앞으로 충분히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최근의 인터넷 환경 변화에서도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의 급진전. 콘텐츠업체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유료 서비스는 수익성에 발목이 잡힌 닷컴업계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물론 인터넷 유료화는 현재 국내 인터넷 인구의 주류인 20대 전후의 젊은 네티즌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유무료 회원에 따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닷컴업계의 마케팅 전략과 ‘더이상 인터넷은 공짜가 아니다’는 대세에 밀려 유료화가 빠르게 정착단계에 접어들며 닷컴업계의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 인구의 꾸준한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본지가 최근 코리아리서치, 코리안클릭 등과 공동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월말 현재 10∼64세의 국내 인터넷 사용자수가 무려 2075만명, 연말께는 24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사용연령이 최근 4∼5세 유아들로까지 내려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저변인 셈이다.
구매력 높은 30대 이후 중장년층, 이른바 ‘미들넷족’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들 미들넷족의 확대는 닷컴업계 회원의 로열티 제고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향후 닷컴업계의 수익모델 창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돼 더욱 주목된다.
인터넷 자체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모델, 새로운 사람에 의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우리 닷컴산업에 여전히 가능성과 희망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B2C에서 시작된 BM이 B2B를 거쳐 이제는 P2P로 순환하고 있다. 또 인터넷과 모바일이 접목한 무선인터넷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도메인수가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된 차세대 인터넷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이금룡 회장은 “인터넷은 모든 경제의 핵심 인프라이자 수단으로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분야”라고 전제하며 “정부, 기업, 네티즌들이 모두 힘을 합쳐 조정기이자 과도기인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제2의 닷컴바람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