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칠과 한국전기초자사람들 지음/김영사 펴냄
한국전기초자(대표 서두칠 http://www.heg.cco.kr)는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용 브라운관에 사용되는 유리를 생산하는 전문 기업이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기업은 지난해말 기준 영업 이익률이 35.35%로 700개 상장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면 353원의 영업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이다. 부채 비율도 37%에 불과하고 2000년에는 무차입 경영을 실현했다. 벤처기업들은 물론 금융계, 기업 연구소 등지에서 벤치마킹 1호로 꼽힐 정도로 경영 내용만으로 보면 초 우량기업이다.
하지만 3년전 이 회사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97년말 한국전기초자의 부채 비율은 1114%에 달했으며 차입금은 3480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77일간의 장기 파업으로 회사는 망신창이 그 자체였다.
이 책은 퇴출 대상 1호였던 한국전기초자가 3년여 만에 우량기업으로 뒤바뀐 역전 드라마를 담고 있다. 연명하기조차 힘들었던 재무구조, 한숨이 절로 나오는 근무 태도,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인 공장 운영체계 등등. 한 마디로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진 한국전기초자가 일구어낸 기적을 분석하고 있다.
97년말 전문 경영인으로 파견돼 현재의 기적을 이루어낸 서두칠 사장이나 1600여 직원들은 이를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열린 경영과 신 노사 문화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모든 상황을 전 직원과 공유하는 열린 경영을 실천한 서두칠 사장의 리더십, 인원 감축·자산 매각·생산 기반 시설 축소 등이 배제된 새로운 형태의 구조 조정, 노조가 사장을 벤치마킹하고 사장을 노조위원장으로 뽑고 싶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정도의 새로운 노사문화 등은 어느 경영학 서적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기업 혁신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