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매체업체들 對대만 덤핑 제소 추진 배경

‘더이상은 못 참겠다.’

대만 기록매체업체의 무차별적 덤핑 공세에 시달려온 국내 기록매체업체가 드디어 대만업체에 칼을 빼들었다. SKC·웅진미디어·도레미레코드·태일 등 국내 주요 CDR업체들은 대만 CDR업체들을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덤핑 혐의로 제소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에 대한 제소가 덤핑 판정으로 이어져 대만 CDR업체들이 국내에서 더이상 저가공세를 펼치기 어려운 상황을 연출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제소 자체로도 국내업계는 적지 않은 실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제소로 디지털 지식 기반 경제의 주요 기록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CDR, DVD 디스크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환기시킬 수 있고 대만업체들의 저가공세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개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만산 CDR는 용산을 비롯한 국내 전자상가에서 개당 3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국내업체들의 주장이다. 이같은 가격은 대만 현지가격 400원보다도 저렴한 것이며 300원은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SKC의 한 관계자는 “대만은 현재 세계 CDR 공급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산업체가 50여개에 달해 중복 과잉설비를 보이고 있다”면서 “과잉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만업체들은 저가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대만의 덩핑 공세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3년 전만 해도 국내업체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으나 대만업체의 저가공세가 거세진 지난해부터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여파로 일부 업체의 경우 심각한 채산성 악화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국내 CDR업계의 주장이다.

“지금처럼 대만업체의 저가판매 행위가 지속될 경우 국내 대부분의 기록매체업체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면서 “정부차원에서 이 사안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덤핑 제소는 단순히 대만을 견제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록매체산업 발전이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올해 CDR 세계시장 규모는 약 50억장에 달하고 국내시장 규모도 지난해 5000만장에서 올해는 7000만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차세대 기록매체로 부각되고 있는 DVD의 경우 일본·대만·유럽·한국이 치열한 시장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망산업인데 국내업체들이 대만의 공세로 기술개발 의욕을 꺾이게 되면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