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2위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은 인터넷업계에서 불문율이 된 지 오래다.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체는 시장을 주도해야 하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비즈니스모델(BM)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방법과 인수합병(M&A)이나 출자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 지분을 주고받는 혈맹관계는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정부에서도 벤처기업간 M&A시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기로 하는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함으로써 M&A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A가 급류를 타고 있는 닷컴업계의 경우 하루 평균 페이지뷰가 수익창출원인 인터넷 광고의 단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M&A를 통한 몸집불리기가 한창이다. 닷컴업계에서는 초기시장 선점효과를 잘 살리고 있는 야후코리아를 뛰어넘기 위해 라이코스코리아·다음커뮤니케이션·네이버컴 등 2위 그룹 업체들은 M&A나 출자를 통한 몸집불리기와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은 넉넉한 자본을 통해 새로운 패밀리 기업들을 끌어안으며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게임을 인수한 네이버컴의 경우 합병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회원수와 페이지뷰수 증가가 자연스럽게 매출로 연결되면서 최근에는 한게임 사업부문에서만 하루 평균 2000만∼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최근 옥션이 세계 최대의 경매 사이트인 e베이에 인수됨에 따라 2위 그룹이던 셀피아와 이쎄일이 e셀피아라는 새로운 조직으로 나선 것도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짓으로 해석할 수 있다.
M&A 열풍은 닷컴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정보기술(IT)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 한국통신프리텔·한국통신엠닷컴(구 한솔엠닷컴) 합병 등을 비롯해 보안업계의 안철수연구소·한시큐어 합병, 싸이버텍홀딩스·정보보호기술 지분(25%) 인수 등도 각기 이동통신왕국과 보안왕국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다.
반면 M&A 불발에 따른 후유증도 심한 만큼 M&A를 추진할 때는 냉철한 판단과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업계에 소문이 무성하던 새롬기술·네이버컴·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건은 좋은 사례다. 이 합병건은 당초 구상한 3자합병이 새롬기술의 네이버컴 합병으로 축소됐
고 결국 새롬기술이 네이버컴에 약 250억원을 출자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이 사건은 섣부른 M&A 추진에 경종을 울렸다. 이후에 있은 한글과컴퓨터의 하늘사랑 합병 무산, 야후코리아의 아이러브스쿨 인수 불발 등은 결과적으로 주가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액션 정도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1, 2위 업체의 지배력이 높은 인터넷업계 특성상 상생을 위한 M&A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인 것만은 분명하다.
인터넷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자금경색과 일부 닷컴기업들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퇴출 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M&A는 업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