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벤처, 선진기업으로 간다](3)고객 서비스는 필수

지난달 말 모 일간지에는 연봉 3억원의 보험설계사 김선미(30)씨의 고객밀착 서비스가 화젯거리로 소개됐다. 하루 50여명을 만나는 김씨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야말로 ‘감동’ 수준이다. 유용한 정보가 실린 신문을 스크랩해서 제공하거나 인생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장사하느라 자리비우기 힘든 고객에게는 예금이나 민원업무 등의 심부름을 대신해줄 때도 있다. 각종 기념일에 선물하는 것은 기본이다. 김씨의 모습은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것’이라는 상품판매의 대전제를 유감없이 만족시키고 있다.

소프트웨어(SW) 분야에도 서비스 개념이 정착될 때가 됐다. 이제까지 SW업체들은 물건을 제대로 만들고 판매하는 부분에만 관심을 쏟아왔지만 앞으로는 제품·기술만으로는 힘들어진다. SW도 상품 개념이 정착돼 제품간 격차는 점점 좁아지는 대신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나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어떤 기업이 빨리 제공하느냐가 향후 SW 분야의 경쟁력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버그 없는 100% 완벽한 제품은 있을 수 없는 SW의 특성상 고객지원서비스는 선진기업이 갖춰야 할 첫번째 항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CA·티볼리 등 선진 SW기업들은 고객지원센터를 두고 몇 단계에 걸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전세계 서비스 조직을 통해 365일 내내 중단없는 24×7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사용자 그룹을 만들어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제품 개발이나 서비스 항목에 반영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한국컴퓨터통신 강태헌 사장은 “요즘 전업종을 망라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대고객서비스 경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라며 “SW업계도 고객서비스 수준을 높이지 않는다면 장수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티맥스소프트 김용옥 부사장도 “국내 SW개발업체기 때문에라는 적당주의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며 “특히 해외로 진출하려는 업체라면 더욱 더 고객서비스를 선진기업 수준으로 맞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SW업체들도 서비스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다. 한국컴퓨터통신·사이버다임·영림원·티맥스소프트를 비롯한 많은 SW업체들이 24×7서비스라는 기본 원칙하에 고객서비스 히스토리 관리에서부터 단계별 고객지원체계 구축, 프로젝트 담당실명제, 월별·분기별 정기방문서비스, 사용자 교육서비스, 온라인 지원서비스 제도 등을 부분적으로 도입, 시행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SW업체들의 고객서비스 수준은 열악한 편이다. 대부분이 고객의 제품 사용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달려가 이를 해결하는 사후서비스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그나마 인력이 부족해 서비스 지연 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또 지원인력 개인별로 서비스 품질 편차가 심하거나 퇴사 등 인력 이동이 일어나면 서비스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많은 과제가 있지만 전사적으로 고객서비스 정책을 마련하고 서비스 지원요소를 시스템화하는 작업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