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실적 악화 두드러져-SK증권 분석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상장 및 등록 기업들의 지난 1·4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8%나 감소하는 등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스닥 주요 기업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25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 역시 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정보기술(IT)주들이 밀집돼 있는 코스닥시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SK증권이 5일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의 12월결산 상장·등록기업 201개사를 대상으로 1·4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들의 매출액은 99조22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하는데 그쳤고 전분기인 작년 4·4분기보다는 13.1% 줄어들었다.

IT 관련 78개 기업도 당기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1%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각각 27.7%, 33.7%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은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거래소시장,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수익성 악화=삼성전자의 경우 1·4분기 순이익은 1조534억원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0%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각각 35.3%, 34.1% 감소했다. 매출액은 0.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TFT LCD 적자전환과 반도체 D램 이익률 저하로 인해 2·4분기 순익이 줄어들 것으로 SK증권은 전망했다. 한국통신공사도 9.5%의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45.6%, 경상이익은 62.0%, 순이익은 61.5% 각각 감소했다. 현재 추진중인 민영화와 외자유치에 따라 주가가 등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업체별 당기순이익 하락률은 삼성전기 40.3%, 삼성SDI 12.1%, LG전자 15.4% 등이다.

△코스닥시장, 통신서비스 약진 두드러져=한통프리텔·LG텔레콤 등 대형 통신주들의 실적호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말기 보조금 폐지의 영향으로 대형 통신서비스 업체의 수익성이 호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통프리텔은 매출이 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593%나 증가한 1500억원을 기록했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146.7%, 1158.3%씩 증가한 1146.7억원과 1158.3억원을 기록했다. LG텔레콤도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 등이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해 수익성이 한결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50.4%나 증가한 4500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통신 서비스업체들의 수익성 호전은 단말기보조금제도 폐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로통신은 지난해 동기보다 371.5%나 늘어난 165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지만 투자비용과다로 여전히 적자가 지속됐다.

△실적호전 기업군도 있다=반면 실적부진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대비 대폭 늘어난 기업들도 있다. 거래소시장의 웅진닷컴(129.0%), 청호컴넷(110.0%)과 코스닥시장의 한국정보통신(20740.7%), 싸이버텍홀딩스(20239.2%), 한국통신프리텔(593.6%), 주성엔지니어링(403.6%), 코리아링크(361.4%), 세원텔레콤(239.7%)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경기전망=분석대상 기업들의 매출정체, 영업이익 감소추세는 2·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SK증권은 전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1·4분기 10.6%, 2·4분기 5.4% 줄어들지만 3·4분기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선다는 게 SK증권의 분석이다.

SK증권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 미국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환율이 안정되면서 국내기업들의 영업실적도 호전될 것”이라며 “그러나 경기회복이 더 늦어진다는 견해도 적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의 경우 2·4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은 전분기보다 15∼20% 하락될 것으로 보이는 등 세계 D램 시장의 수급은 4·4분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가전·전자부품 업종의 경우 PC와 이동전화단말기 등의 판매부진과 재고누적, 공급과잉 등으로 1·4분기 가동률이 70% 안팎까지 떨어졌으며 정보통신부품의 가격하락으로 2·4분기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통신장비 업종도 환율상승, 단가인하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분석됐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