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엑스티바」 게임기로선 아직 멀었다

‘국산 비디오게임기의 초기 모델인가. 아니면 다기능 DVD플레이어인가.’

삼성전자가 오는 5월말 출시키로 한 DVD기반 게임기 ‘엑스티바(Extiva)’<본지 26일자 25면 보도>를 놓고 게임업계의 논란이 한창이다.

DVD 재생과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엑스티바를 비디오게임기로 봐야할지 아니면 DVD플레이어의 변종으로 봐야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특히 이 기기를 국산 비디오게임기의 초기 모델로 규정한다면 그동안 불모지에 가깝던 국내 비디오게임기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떨떠름한 편이다. 게임기보다는 기능이 강화된 DVD플레이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이는 엑스티바가 기술적인 면에서 DVD 재생기능은 크게 향상된 반면 게임기로서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엑스티바는 DVD 재생화질에 있어서는 기존 제품에 비해 최고 30배나 향상됐지만 게임 처리속도는 32비트에 불과하고 메모리도 8MB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엑스티바가 소화할 수 있는 게임은 용량이 적은 슈팅게임이나 퍼즐게임 정도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관련 소프트웨어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은 게임기 출시와 함께 미국 VM랩스의 게임타이틀 2종을 먼저 출시하고 향후 국내 게임개발업체들과 서드파티 계약을 통해 게임 타이틀을 보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게임기에 대해 게임개발사들이 선뜻 투자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동안 삼성은 10여개 업체와 서드파티 계약을 위한 물밑 협상을 벌여 왔지만 현재까지 대화가 오가는 업체는 5개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도 향후 게임기 판매 추이에 따라 사업 참여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소프트웨어 공급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총알 없는 총이 무슨 총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기존의 PC나 아케이드 게임을 엑스티바용으로 컨버전하는 데 짧게는 3일에서 최대 2개월이면 가능하다”며 “엑스티바 보급률이 높아지면 게임타이틀 개발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올 연말께 소니 PS2 수준인 64비트, 32MB급 ‘엑스티바2’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게임기로서의 성능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삼성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사운을 걸고 비디오게임 사업을 본격화하지 않는 이상 엑스티바가 비디오게임기로서 생명력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PS2나 X박스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삼성 측도 이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엑스티바를 국산 비디오게임기의 초기 모델이라고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차세대 멀티플레이어’라고 얼버무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으로 보여진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