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2)日 전화시장 개방

유럽연합(EU)의 파스칼 라미 무역감독관은 일본이 전화시장을 개방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연일 비판한다.

라미는 만일 도쿄가 독립규제기구를 즉각 설립하지 않거나 일본전신전화(NTT)가 거둬들이는 사용료를 인하하지 않으면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미국 무역대표부에 제소한 기업들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통신업체협회인 콤프텔(CompTel)과 워싱턴에 있는 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독립규제기구 설립, 사용료 인하, 정부 소유 NTT 지분 감축, NTT에 대한 보호막 철폐, 허가와 관련한 규제 완화 등의 약속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비록 일본이 전화시장 개방과 공정경쟁을 요구하는 WTO의 ‘서비스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NTT의 거의 독점적인 시장 장악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었다.

NTT는 장거리 및 국제전화를 포함한 일본내 전화시장의 96%를 장악하고 있으며 무선전화시장에서도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소유한 NTT 지분은 46%다.

미국과 유럽은 세계 2위인 일본 전화시장을 외국기업들에 개방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NTT는 이런 움직임에 저항하며 일본 시장지배력을 지키기 위해 관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일본은 EU의 최근 위협에도 꿈쩍하지 않는 듯 보인다. 라미의 언급에 대해 도라노스케 가타야마 통신장관은 “일본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일본 전화시장 경쟁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본의 시간표에 따르는 것이지 부당하게 국제압력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듯하다.

EU의 성명은 지난해 10월 열린 규제완화회담에서 일본이 요구한 일련의 조치 가운데 하나로, 프랑스가 면허비용을 감축하기 시작한 것을 일본이 확인한 3주후에 나왔다. 브뤼셀은 이런 입장을 도쿄로부터의 대가를 보장받는 데 이용할 것

같다.

그러나 일부 EU회원국은 이런 공개경쟁원칙의 가장 뻔뻔스러운 위반자다. 일본과 미국은 독일의 반경쟁관습을 비난해 왔다. 독일에서 전화사업자면허를 따는 데 드는 비용은 170만달러에서 600만달러에 달하는데, 유럽 및 북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뿐더러 독일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이치텔레콤은 살인적인 요금 및 경쟁자들의 핵심통신망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행위로 제소돼 있다. 독일이 유감성명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일본을 WTO 앞에 끌어다 놓겠다며 위협해 목적을 이루려는 EU의 도덕적 권위와 능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콤프텔같은 기업그룹들은 미국 무역대표부가 완성할, 전화시장에 대한 미국의 무역협정 연례 검토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그 검토작업은 향후 3년안에 NTT의 전화망에 접속하는 비용을 인하할 것을 요구하는, 지난해 7월 맺어진 쌍무협정을 일본이 얼마나 충실히 지키는지에 대한 판

단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그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지 미국은 전화시장에서 일본의 양보를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행정부는 전임 클린턴행정부가 경제적으로 일본에 생색을 내면서 소홀히 대한 결과,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되는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여름 맺은 전화협정은 일본이 개혁의 틀을 잡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을 요청했는데, 이것은 도쿄에 꾸물거릴 수 있는 상당한 시간적 여유를 줬다.

이제 공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모리 요시로 총리의 앞날을 둘러싼 최근의 혼란상황을 감안할 때 일본정부는 좋은 핑계거리를 만난 셈이다.

만일 도쿄가 개혁법안을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실제 시행여부는 개혁안의 내용, 정부의 시행의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일본 또한 자유화의 이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전화와 정보기술 분야의 연계, 또 일본이 인터넷 발달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의 뒤를 쫓아간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일본 또한 기술발전에 대응하고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제압력보다는 경제적인 실용주의 때문에 결국 일본의 전화시장은 개방의 길로

접어들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