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컴퓨터 게임장에서 불법으로 사용돼온 사행성 게임기의 상당 부분이 등급 재분류를 통해 폐기 처분될 전망이다.
8일 문화관광부는 그동안 공중위생법에 근거해 합격 판정을 받고 유통중인 오락실용 게임기가운데 ‘18세 이용가’ 및 ‘사용 불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624종을 ‘제2차 등급분류 대상 게임물’로 선정, 고시했다.
문화부는 이번에 고시된 624종과 지난 99년 12월 ‘1차 등급분류 대상 게임물’로 지정된 474종 등 총 1098종의 오락실용 게임기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곧 새로 등급을 매길 방침이다.
문화부가 이번에 등급을 재분류하기로 한 게임기는 지난 98년 게임물에 대한 심의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부로 이관되기 이전에 심의받은 것들로, 당시에는 게임물에 대해 합격·불합격 여부만을 구분해 왔다.
문화부는 과거 복지부에서 심의를 받고 유통중인 게임기가 3981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중 ‘성인용’ 이상의 등급을 받을 것으로 간주되는 1000여종에 대해 우선적으로 직권 심사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업계에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오락실용 게임에 대해 엄격한 등급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등급 분류되는 게임의 상당수가 ‘사용불가’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문화부가 지난해 5월 ‘경품게임기 처리 지침’에 따라 다음달 8일까지 한시적으로 사용 허가를 내준 125종의 사행성 경품 게임기는 대부분 ‘사용불가’ 판정을 받아 폐기처분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문화부는 이번 등급 재분류에 따라 민원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1차로 오는 5월 7일까지 저작권자의 이의신청을 받아 실제 게임기를 놓고 재심사를 벌이며 △2차로 7월 1일까지 게임 제공업체나 관련 단체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2차례에 걸쳐 이의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문화부는 또 이번 재분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게임물 2883종에 대해서도 오는 7월 말까지 등급심사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이에대해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의 은덕환 회장은 “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기준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100만여대에 이르는 게임기들이 사용불가 판정으로 폐기처분될 수밖에 없어 게임장 업소들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재산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영등위의 사용불가 판정에 대한 심의 기준을 지켜보겠으나 완충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