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냐, 문어발식 경영이냐.’
최근 유명 인터넷기업들이 홀딩컴퍼니(지주회사) 설립을 적극 추진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인터넷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며 홀딩컴퍼니를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찬성론의 골자다. 반면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답습하는 것이라며 거창한 그림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가치 이상의 펀딩을 받으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반대론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런 논쟁은 기존 일반 홀딩컴퍼니와는 또 다른 차원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홀딩컴퍼니 설립 어디까지 왔나=대정크린을 인수한 프리챌은 최근 대정크린을 ‘프리챌홀딩스(가칭)’로 바꾸고 이를 홀딩컴퍼니로 육성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대정크린은 이미 프리챌을 포함해 7개 회사의 지주회사에 맞게 사업을 전면 바꾸게 된다. 국내 간판 닷컴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홀딩’이라는 단어만 쓰고 있지 실제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작업을 통해 이미 11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드림위즈나 네오위즈 등 비교적 자금 여력이 있는 인터넷기업도 5, 6개의 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놓은 상황이다. 이밖에 야후나 라이코스코리아와 같은 다국적 인터넷기업도 최근 닷컴시장이 크게 침체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 있는 인터넷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고 판단해 활발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업체는 비록 직접 지주회사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각 기업의 주력 분야를 묶어 서로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면에서 지주회사라는 인상이 짙다.
◇찬성론의 입장은=인터넷기업에 홀딩컴퍼니가 필요한 대표적인 배경은 규모의 경제 논리에서 출발한다. 국내 인터넷 시장이 도약기에서 성장기로 접어든 이상 자본을 갖춘 대기업형 인터넷 벤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비슷한 사업 분야를 묶고 각 기업의 주력 분야를 합쳐 시너지를 낸다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국내에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이전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정현준·진승현씨 등의 사례와는 다른, 철저하게 정보기술(IT) 기반의 지주회사라는 점이다. 전제완 프리챌 사장은 “국내 인터넷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자본력을 갖추고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합쳐 시너지 있는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며 “홀딩컴퍼니가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론의 배경은=홀딩컴퍼니를 우려하는 반대론자들은 IT 기반의 지주회사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문어발 경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 시장의 지나친 과열경쟁 상황을 고려할 때 유사 비즈니스모델을 합치는 인수합병작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것이 자칫 시너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실속 없는 기업을 거창하게 포장해 기업 가치를 필요 이상으로 올려 투자자를 현혹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아직 국내 인터넷기업의 옥석이 가려지지 않고 비즈니스모델을 가공하며 리모델링하는 과정이어서 시기상조라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최근 공식적으로 지주회사를 표방한 프리챌홀딩스가 과연 인터넷기업의 새로운 진화 모델을 보여줄지 아니면 단순한 시행착오에 그칠지 메이저 인터넷기업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