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광통신 핵심부품인 페롤을 생산하고 있는 프라임포텍 양순호 사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직원들이 광산업 선도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월출동 첨단과학산업단지내 소재 벤처기업 프라임포텍(대표 양순호). 전통 정밀기계 제조업체(기공산업)에서 광통신 핵심부품인 페룰(ferrule) 생산 전문업체로 변신해 재창업한 지 7개월도 안돼 국산화 및 양산체제에 성공, 수익을 올려 국내 및 해외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다.
페룰은 광섬유를 연결해 주는 ‘광커넥터’의 필수적인 부품으로 길이 1㎝, 직경 2㎜의 세라믹소재에 머리카락 굵기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오차범위 2000분의 1㎜ 이내의 정밀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최근 광통신 확산에 따라 제품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광산업을 대해 관심을 갖던 중 제가 해온 분야와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정밀가공하는 공작기계분야의 기술력을 페룰 생산과 접목시키면 한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 뛰어들었죠.”
일단 광통신부품 생산을 추가하기로 한 양순호 사장은 그러나 자금조달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리저리 수소문하던 끝에 중학교 친구로부터 자금지원을 약속받아 지난해 3월 상호를 프라임포텍으로 변경하고 5월부터 페룰 생산라인 착공에 들어갔다. 기술이전을 꺼리는 일본 기술진을 설득, 그해 8월부터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양 사장의 타고난 ‘장인정신’은 이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일본에서 들여온 기계를 그대로 본떠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해 11월 월 30만개의 제품을 출하,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프라임산업과 광은창업투자 같은 대규모 펀드를 비롯, 360여명의 투자자들이 40억원을 기꺼이 투자했다. 또한 우수중소기업인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 광주벤처기업인 금상을 수
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2월 광산구 소촌동 제2공장을 설립, 월 100만개의 생산라인을 구축한 프라임포텍은 올해 매출액을 30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초 광산업장비의 종주국인 일본에 거꾸로 페룰제조설비를 수출하고 현재 외국업체와 제조 플랜트 수출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프라임포텍은 국내 양산체제 구축을 바탕으로 미국·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양 사장은 “광산업 등 첨단산업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이 좋은 설비를 수입해 놓고도 조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랜 공작기계 제조업의 경험을 살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페룰 양산과 생산설비 국산화체제 가동으로 다른 광산업 관련업체들도 부품 수급이나 생산라인 구축 등 공장가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 사장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시작단계인 광산업은 무궁무진한 아이템을 갖고 있는 유망업종”이라며 “광산업으로의 업종전환과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가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술력과 가까운 품목을 찾아 도전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프라임포텍 생산라인은 밤낮없이 가동되고 있다. 제품이 생산되기 무섭게 출하되기 때문에 제품 저장창고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다. 사무실에도 국내외에서 페룰을 달라는 주문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평범한 공작기계 제작업체가 도전과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첨단과학산업으로 탈바꿈한 ‘성공현장’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