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기간 등록유지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아 해지된 이른바 주인없는 ‘낙장 도메인’ 수가 급증하고 있다.
국가 도메인 ‘.kr’의 등록을 주관하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만8294개의 도메인이 등록 만기일 한달이 지나도록 유지 수수료를 미납함으로써 삭제된 것을 시작으로 매월 낙장 도메인 수가 급증, 6일 현재 13만1225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2월 8323개에 불과했던 낙장 도메인 수는 올들어 1월 1만4641개, 2월 1만5434개, 3월 4만2695개 등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상위도메인인 ‘.com’과 ‘.net’ 등도 삭제율에서는 ‘.kr’ 못지 않게 최근의 낙장 도메인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com’의 경우 한동안 인터넷 및 온라인기업의 상징이자 ‘국제화’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간주돼 도메인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로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엔 열기가 상당히 식어 국가 도메인인 ‘.kr’ 등으로 돌아서는 상태다.
게다가 ‘.com’은 ‘.kr’’에 비해 등록비용이 1만5000∼2만원으로 다소 높은데다 등록 및 관리를 에이전트들에 의존하는 탓에 사후관리와 서비스가 취약해 낙장 도메인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닷컴 열풍’속에서 무작위로 도메인을 선점한 기업이나 개인들이 최근 열풍이 수그러들면서 그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관리 및 운영비 부담까지 겹쳐 도메인의 권리를 속속 포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도메인을 대량으로 보유한 매매전문 기업들이 최근 지속된 금융시장 경색과 잇따른 투자유치 실패 등으로 전업하는 사례가 빈발한 것도 낙장 도메인이 급증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KRNIC측은 이에 대해 “도메인을 등록한 해당업체의 도산도 이유지만 처음 등록할 때 유사 도메인을 다수 확보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필요한 도메인만 남겨둔 채 불필요한 도메인을 삭제하는 경향이 많아 낙장 도메인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등록 포기 사유가 어디에 있든 버려지는 도메인 중에는 의외로 좋은 도메인들이 많다”며 “인터넷 비즈니스를 새로 추진하거나 기존에 필요한 도메인 등록을 선점당했던 개인 및 기업들은 낙장 도메인을 잘 살펴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